2016년 백내장 수술 시 사용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이 실손의료보험의 보장대상에서 제외되자 안과의원이 실손보험금 지급대상인 검사비를 기존보다 인상하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은 인하하는 내용으로 진료비를 조정했어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이 2015년 11월 30일 표준약관을 개정해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을 실손의료보험 보장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고 이를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하자, 서울 서초구에서 안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실손보험금 지급대상인 검사비의 금액은 기존보다 크게 높이고,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상 보험금 지급 면책사항인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은 크게 낮추는 내용으로 비급여 진료비 내역을 변경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실손보험계약을 체결한 피보험자 83명은 2016년 5월 31일경부터 2019년 7월 31일경 사이에 A씨의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과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고 A씨에게 '안축장과 안구초음파료', '초음파 각막두께측정료' 등의 검사비를 납부한 뒤, A씨가 발급한 진료비 영수증 등을 메리츠화재에 제출하며 검사비에 관한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에 피보험자들에게 합계 3억 3,1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메리츠화재가 A씨가 검사비를 비정상적으로 부풀리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은 낮춰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2월 24일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피고와 피보험자들의 위와 같은 행위가 공동불법행위 요건으로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2억 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다205487).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을 규율하는 법령은 원칙적으로 모든 진료행위를 요양급여 대상으로 삼고, 요양급여의 구체적인 적용기준과 방법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요양급여기준규칙'이라 한다)과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에 의하도록 하면서, 요양급여기준규칙 제9조 제1항 [별표 2]에 규정된 이른바 법정 비급여 진료행위는 이를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여 그 부분에 한하여 비용 부담을 요양기관과 가입자 등 사이의 사적 자치에 맡기고 있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지적하고, "따라서 설령 피고가 원고의 주장처럼 2016년 표준약관의 변경 내용을 염두에 두고 비급여 진료비 항목별 금액을 변경 · 조정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가 그와 같이 정한 비급여 진료비 내역을 의원에 내원한 환자들에게 일관되게 적용하였고, 실제로 그에 해당하는 진료행위를 한 후 진료비를 청구하였으며, 환자인 피보험자들은 피고에게 납부한 진료비 내역대로 원고에게 보험금을 청구한 이상, 피고와 피보험자들이 원고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험금을 청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행위의 항목별 비용을 정할 때 그 비용의 일부를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될 실손의료보험 보험자의 손익을 고려하여 금액을 정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볼 만한 법률관계가 없고, 달리 그에 관한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볼 사정도 없는바,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와 피보험자들의 위와 같은 행위가 공동불법행위 요건으로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로백스가 상고심에서 A씨를 대리했다. 메리츠화재는 법무법인 소명이 1심부터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