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민사14부(재판장 박연주 부장판사)는 2020년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감염자 중 한 명인 쿠팡 부천물류센터 근로자 A(여)가 쿠팡의 물류를 총괄하는 쿠팡 풀필먼트서비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합109118)에서 1월 15일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당시 A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급성호흡부전 증세가 악화되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끝에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A의 배우자 B가 낸 손해배상청구는 "원고들이 동거가족이라는 사정 만으로 원고 B가 원고 A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고, 피고로서는 사용자로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무한 원고 A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예견할 수는 있었을지언정 그 동거가족인 원고 B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될 것까지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말미암아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거나 B가 A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 기각했다.
당시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선 직원 84명, 가족 등 추가 전파 68명 등 총 15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으며, A는 쿠팡 풀필먼트서비스를 상대로 위자료 3천만원, B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은 장해에 따른 손해 6억 8천여만원과 위자료 5천만원 중 일부청구로 1억 7,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보호 · 안전배려의무 위반"
재판부는 A의 청구와 관련,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A의 피고 회사에서의 근무 시간, 근무 환경, 업무 내용, 휴게시간 등의 정황 등을 더하여 살펴보면, A를 비롯한 피고의 근로자들이 피고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A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고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되고, 나아가 피고의 위와 같은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A가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역학조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당시 쿠팡 부천물류센터의 구내식당 현황은 '1,200명 정도 이용, 식사시간 1시간 이내에 식사를 하는 방식, 칸막이 부재, 식당 이용 인원 추적 불가'인 상태로, 정부가 마련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이 사건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에서 정한 투명격벽을 설치하거나 식사 시 일렬 또는 지그재그로 앉도록 권고한 사실이 없고, 근로자들의 식사시간도 조정하지 아니하여 1시간 이내에 1,200명의 대규모 인원이 밀접하게 모여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에서 근로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반드시 권고하고 있는 것에 반해, 피고의 관리자 직급 대부분이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근무하였고, 피고는 직원들의 마스크 미착용에 관하여 특별히 제지하거나 관리 · 감독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작업대와 작업대 간격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근로자 간 간격 최소 1m 이상 거리두기 지침은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피고는 원고 A의 이동 동선 중 2020. 5. 22.경 백화점, 식당 등을 방문하였으므로 원고 A가 피고의 사업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된 것이 아니고, 가사 피고의 사업장에서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아니한 것 때문이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A가 피고 회사의 코로나19 최초 감염자들 및 추가 감염자들을 접촉한 뒤 잠복기가 지난 직후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보이고, 원고 A의 이동 동선에서 물류센터 외에 코로나19에 감염될 만한 다른 경로가 확인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 A와 동일한 장소에서 근무하였 던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동일한 시기에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고 A 역시 이들과 동일한 시기에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점, ㉢근로복지공단은 원고 A의 요양급여신청에 대하여 "감염병의 시간적 속발성, 연관성의 강도, 기존 지식과의 일정성 모두 확인 및 예상 등이 가능하며 감염원은 직장 내 집단 감염으로 추정된다. 신청 상병과 업무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보아 원고 A의 코로나19 감염 및 상세불명의 폐렴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점, ㉣피고가 사업주로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을 충실히 이행한 다른 물류센터의 경우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바, 이 사건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원인이 오로지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영역에 있다고 한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소송에선 원고 B에게 장애연금으로 총 42,799,360원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해 피고에게 장애연금 상당액 42,799,36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승계참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승계참가인의 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원고 B가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손해를 입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원고 B의 코로나19 감염 사실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피고의 원고 B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원고승계참가인이 원고 B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법 제114조에 따라 피고에게 행사할 수 있는 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승계참가인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수륜아시아와 법무법인 여는, 법무법인 두율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쿠팡 풀필먼트서비스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