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2019년 12월 2일 현대해상화재보험과 피보험자를 약혼자인 B, 보험수익자를 자신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B는 이 보험계약이 체결되기 약 2주 전인 11월 14일부터 25일까지 급성 신우신염으로 C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보험계약 체결 당일 C병원 의사로부터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았는데, 위 진료의뢰서에는 '백혈구와 혈소판 등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확인되어 감염내과, 혈액내과 진료를 의뢰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A는 그러나 보험계약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중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건강검진 포함)를 통하여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입원'과 '질병의심소견'란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은 채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보험계약이 체결된 지 약 4개월 후인 2020년 4월 20일 B가 다른 상급병원에서 '만성기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최종 진단을 받아 A가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현대해상이 A의 고지의무 위반, 즉 보험계약 체결 당시 B의 입원치료 사실과 진료의뢰서 발급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자 A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1억 1천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월 9일 현대해상의 상고를 받아들여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4다272941).
대법원은 먼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중요한 사항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 즉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가 불고지하였거나 부실고지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때에는 상법 제655조 단서의 규정에 따라 보험자는 위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위와 같이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보험계약자 측에 있으므로,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인정할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91405, 91412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상법 제655조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라도 보험자가 제651조(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등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였을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 또는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되거나 증가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진료의뢰서에는 B의 백혈구 수치, 혈소판 수치, 혈액 염증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확인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데,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일반적인 진단방법은 먼저 말초혈액검사를 시행하여 백혈구와 혈소판의 증가가 확인되면 골수검사를 시행하여 확진에 이르는 것이므로,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의 지속적 증가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의심할 수 있는 주된 지표"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보험계약이 체결된 지 약 4개월 후 B가 상급병원에서 '만성기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는데) 위와 같은 4개월가량의 시간적 간격이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의 증가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혀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하지 아니한 B의 입원치료 사실 및 진료의뢰서 발급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인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신성이 1심부터 피고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