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의 딸만 참여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대마를 아버지의 대마 보관 혐의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는 2019년 5월 28일경 서울 구로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안방 금고에 대마 약 0.62g을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이에 앞서 2019년 3월경 A의 딸인 B(당시 25세)의 병원 진료기록 등을 제출받아 B가 6개월 전인 2018년 9월경 위 병원 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담당 의사에게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 B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가 있음을 파악했다.
인천지법 판사는 2019년 5월 9일 B를 필로폰 투약 등 혐의의 피의자로 하는 체포영장과 B의 거주지인 A의 아파트를 수색 · 검증장소로 하는 압수 · 수색 · 검증영장을 발부했다. 수사기관은 5월 28일 다른 혐의로 B를 현행범 체포한 다음 위와 같이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같은 날 바로 B와 함께 A의 아파트로 이동해 위 압수 · 수색 · 검증영장을 집행했다. 압수 · 수색 당시 B만이 현장에 참여했다. 그러나 B는 2016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정신병적 증세를 이유로 13회에 걸쳐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고, 2017년 3월 심리평가결과에서 '전체지능 57, 사회성숙연령 11세 수준'이라고 평가되었으며, 2019년 6월에는 '주의나 처치가 필요한 심각한 행동의 장애가 있는 경도 정신지체, 상세불명의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수사기관은 아파트 안방 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대마 약 0.62g과 스포이드, 깔때기 등 마약 관련 증거물을 발견하여 이를 압수한 뒤, A를 대마 보관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0월 8일 압수 · 수색을 통해 확보한 대마 약 0.62g 등의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하여 A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A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압수 · 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들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시,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도11223).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절차에서 피고인과 피의자의 참여권을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123조 2항에 따르면,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는 주거주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이 참여하게 해야 하며, 그 참여자에게 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압수수색절차는 위법하다. 이럴 경우 참여능력이 있는 이웃사람이나 지방공공단체의 직원을 참여하게 해야 한다(123조 3항).
대법원은 "B는 압수 · 수색 당시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에서 정한 주거주 등으로서 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하였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수사기관으로서도 위에서 인정한 B의 정신과 치료 내역이나 현행범체포 당시의 사정 등을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B이 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압수 · 수색 당시 B만을 참여시켰고,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3항에 따라 이웃 등을 참여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압수 · 수색은 위법하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