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담장 설치 지양' 재개발사업 조건 불구, 아파트 단지 외곽에 펜스 설치 불허 위법
[건설] '담장 설치 지양' 재개발사업 조건 불구, 아파트 단지 외곽에 펜스 설치 불허 위법
  • 기사출고 2024.10.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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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구조안전에 이상 없으면 허가해야"

'담장 설치를 지양한다'는 조건으로 재개발사업 인가를 받았더라도 이후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단지 외곽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을 구청이 불허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담장을 설치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의 주체는 재개발사업 시행자인 재개발조합이고, 조합으로부터 공동주택을 양도받아 소유하는 입주자나 입주자대표회의에 이러한 공의무가 특정승계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8월 22일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경희궁자이2단지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펜스 설치를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며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3구합1439)에서 "행위허가반려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경희궁자이2단지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2022년 11월 종로구청에 아파트 단지 외곽에 펜스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행위신고서를 제출했으나 '펜스의 설치는 재개발사업 당시 부가된 사업시행 계획인가 조건(단지와 가로와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담장 설치 지양)에 반한다'는 이유로 반려되자 소송을 냈다. 종로구청은 재개발사업 당시 부가된 사업시행계획인가 조건에 반한다는 처분사유 외에 원고의 신청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54조를 위반하여 지구단위계획에 맞지 않게 공작물을 설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처분사유로 추가했다.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1항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2항의 각 내용을 종합해 보면, 공동주택관리법상 행위허가는 성질상 일반적 금지의 해제로서 허가권자로서는 행위허가 신청이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 법령이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별표 3]에 따른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이를 허가하여야 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사유 외의 사유를 들어 허가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들고 있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조건과 지구단위계획에 어긋난다'는 처분사유는 이 사건 신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 외곽 경계 부분에 설치하고자 하는 펜스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2항, 주택법 제2조 제13호 가목에서 정한 '부대시설(담장)'로서, 그 설치는 증축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시설물을 늘리는 '증설'에 해당하고, 따라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별표 3]에 따라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시장 · 군수 · 구청장이 인정하는 증설로서 전체 입주자등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경우'라면 그 허가기준이 충족된다"며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5조 제3항,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15조 제5항 제5호에서도 증설의 경우 행위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려는 자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 건축 대지의 범위와 소유권에 관한 자료(건축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 및 제1호의2의 서류) 및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별표 3]에 따라 필요한 입주자 동의 서만을 정하고 있을 뿐, 사업시행계획인가 조건이나 지구단위계획 등과 관련된 자료는 제출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원고는 신청 당시 전체 입주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그 동의서를 신청서에 첨부하여 제출하였다.

재판부는 "신청 내용과 같이 아파트 경계 부분 중 일부에 펜스를 설치할 경우 구조안전에 이상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피고가 내세우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조건 또는 지구단위계획에 반한다'는 처분사유는 모두 공동주택관리법 및 같은 시행령에서 허가기준으로 정하고 있지 않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가 사업시행계획인가 당시 부가된 '담장 설치 지양'이라는 조건에 구속된다는 피고의 주장과 관련, "사업시행계획인가에 따라 담장을 설치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그 인가 상대방인 사업시행자(해당 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의무 특정승계 명문 규정 없어"

재판부는 "사업시행계획인가 당시의 각종 조건과 협의 내용을 준수할 의무는 타인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의무자에게 가해진 공법상의 구속으로서 공의무의 성격을 갖는데, 국민에 대한 의무 부과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두어 적절하게 통제되어야 한다는 법치행정의 이념과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 원칙을 고려할 때, 공의무의 제3자 특정승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승계인에게 공의무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는 직접적인 명문의 근거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는 공의무가 대물적 성질이 있고 제3자가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의무의 성격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동주택의 입주자들은 사업시행자로부터 공동주택을 양도받아 소유하는 것이기는 하나, 입주자들 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시행자에게 부과되었던 공의무를 특정승계한다고 볼 어떠한 법적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며 "그 밖에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 법령에서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사업시행계획인가 당시의 각종 조건과 협의 내용을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 역시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시행자에게 부과된 공의무의 특정승계를 명문으로 입법화하거나 지구단위계획 등의 준수를 내용으로 하는 공동주택관리법상 행위허가기준을 마련하는 등으로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사업시행계획인가 조건을 계속하여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행위허가신청을 거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가온이 원고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