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북구에 있는 중학교의 도덕교사 A씨는 2019년 3월 25일 오전 10시 10분쯤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교시 도덕 수업 중 학생들에게 독서 등 자율학습을 지시했는데, B 학생이 소설책을 읽기 시작하자 다가가 "이거 야한 책 아니가"라고 말하고 B로부터 책을 빼앗아 책장을 넘기면서 "어이구, 어이구"라고 말했다. 해당 소설은 애니메이션풍의 삽화를 많이 사용한 청소년용 장르 소설인 이른바 '라이트노벨'이었다. B는 "선생님이 생각하는 그런 야한 종류의 책이 아닙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A씨는 책을 들고 교탁 쪽으로 이동해 책을 펼친 뒤 책 중간에 들어 있는 가슴을 노출한 소녀의 삽화를 20명가량의 동급생들에게 보여주고 "이 그림이 선정적이야, 아니야?"라고 물었다. 이에 동급생들이 "선정적이에요"라고 답하자 A씨는 B에게 "앞으로 나가서 엎드려뻗쳐 있어라"라고 하여 B로 하여금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약 20분간 엎드려뻗쳐를 하게 했다. A씨는 동급생에게 책을 주며 선정적인 부분을 찾아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B는 사건 직후 진행된 3교시 체육수업 중 A 교사로 말미암아 따돌림을 받게 되었다고 호소하는 등의 내용을 도덕 교과서에 적고 학교 건물 5층에서 투신해 숨졌고, A씨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9월 12일 A씨의 혐의를 인정,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12920).
대법원은 먼저 "학교의 교사가 훈육 또는 지도의 목적으로 한 행위이더라도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인 학생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른다면, 초 · 중등교육법령과 학칙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는 등으로 법령과 학칙의 취지를 따른 것이 아닌 이상,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에서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7도5769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교사의 위와 같은 행위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으나,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악의적 · 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교육상의 필요, 교육활동 보장, 학교 내 질서유지 등을 위한 행위였는지, 학생의 기본적 인권과 정신적 · 신체적 감수성을 존중 · 보호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는지,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의 반복성이나 지속시간 등에 비추어 교육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평가되는지, 법령과 학칙의 취지를 준수하지 못할 긴급한 사정이 있었는지, 그 밖에 학생의 연령, 성향, 건강상태, 정신적 발달상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에서 정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①이 사건 행위가 공개된 교실에서 동급생들이 있는 자율학습시간에 20분 가량 지속된 점, ②피고인이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면서 이 사건 행위를 하였다고 해도,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인 피고인의 말은 피해자 및 학생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는 점, ③엎드려뻗쳐는 A가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허용되지 않는 체벌인 점, ④이 사건 행위 후 피해자가 손등을 깨무는 행동을 보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훈육 · 훈계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피고인이 범행 당시 교육적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행위가 발생한 장소 및 지속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