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코로나 이전 인터넷 화상장치 통한 해외 거주 증인의 진술, 증거로 못써"
[형사] "코로나 이전 인터넷 화상장치 통한 해외 거주 증인의 진술, 증거로 못써"
  • 기사출고 2024.10.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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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 거치지 않아 증거능력 없어"

코로나19 이전 법원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에 대해 증인선서 없이 인터넷 화상장치로 진술을 청취한 경우 그 진술 녹음파일과 녹취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무용교육전공 대학교수인 A는 2016년 2월 B에게 '네 명의로 조교 등록을 하고 계좌로 조교 장학금이 입금되면 그 돈을 현금으로 뽑아서 달라'고 하여 B로 하여금 행정조교인 C에게 조교인사제청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하게 하고, 그 무렵 C에게 'B를 교육조교로 임용할테니 B로부터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교학팀에 제출하라'고 지시, C로 하여금 대학에 B를 교육조교로 제청하겠다는 취지의 학과장 명의 조교인사제청서를 제출하게 해 대학으로부터 장학금 명목으로 2,475,500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쟁점 공소사실) 등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A는 B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B를 교육조교로 근무시키고 장학금을 받게 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1심 재판부가 쟁점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해 항소심 제1회 공판기일에 베트남에 체류 중인 B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채택했다. B가 항소심 제2회 공판기일에 불출석하자, 검사는 "B의 국내 입국 여부가 불투명하여 베트남 현지에서 영상으로 증인신문절차를 진행하는데 동의를 구한다"라고 진술했고, 변호인은 "위 증인신문절차에 이의가 없다"고 진술했다. 당시 형사소송법 165조의2는 증인이 피고인 등과 대면하여 진술하는 경우 심리적인 부담으로 정신의 평온을 현저하게 잃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 방식을 통한 증인신문을 허용하고 있었으나, 피고인은 이에 해당히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장은 제3회 공판기일에 "증인 B의 법정 출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증인신문이 불가능하므로, 검사와 변호인들의 의견을 들어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한 영상과 음향의 송수신을 통해서 말레이시아에 소재하고 있는 B의 진술을 청취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하겠다"고 고지한 후 증인 B가 불출석했음에도 B의 진술내용을 녹음할 것을 명한 다음, B에게 위증의 벌을 경고하고 선서하게 하거나 증언거부권을 고지하는 등의 절차 없이 B의 진술을 청취했다. 항소심 재판장은 같은 기일에 위와 같이 청취한 B의 진술이 담긴 녹취서 등본, USB 녹취파일(이 사건 각 증거)을 검사가 증거로 신청하고 피고인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 채택하고, 검사의 B에 대한 증인신청은 철회 · 취소한 것으로 하여 증거조사를 마치고 변론을 종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사건 각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A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2020도14843)에서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월 12일 이 사건 각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조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된 법정에서 법률이 그 증거방법에 따라 정한 방식으로 하여야 하고, 이를 토대로 형성된 심증에 따라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115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른 증인신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증인에 대하여 선서 없이 법관이 임의의 방법으로 청취한 진술과 그 진술의 형식적 변형에 불과한 증거(녹음파일 등)는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따라서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도 없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러한 절차 진행에 동의하였다거나 사후에 그와 같은 증거조사 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그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더라도 그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B이 해외 체류 중이어서 법정 출석에 따른 증인신문이 어렵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증인에 대한 증거조사 방식인 '신문'에 의하지 아니하고 B에게 증인으로서 부담해야 할 각종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채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B가 증인으로서 출석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서 검사의 주신문,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의 방식을 통해 B의 진술을 청취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한 다음 진술의 형식적 변형(녹취파일과 녹취서 등본)에 해당하는 이 사건 각 증거를 검사로부터 제출받는 우회적인 방식을 취하였다"며 "이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거방법(증인)에 대한 적법한 증거조사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그러한 진술청취의 결과물인 이 사건 각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어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 없으며, 이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와 같은 절차 진행에 동의하였거나 사후에 그 증거조사 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1년 8월 코로나를 계기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 영상에 의한 증인신문 요건이 완화되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B처럼 해외에 있거나 건강 상태가 나빠 출석이 어려운 경우 영상 신문을 허용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