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티샷 슬라이스에 옆 홀 골퍼 맞아 다쳤어도 친 사람 배상책임 없어"
[손배] "티샷 슬라이스에 옆 홀 골퍼 맞아 다쳤어도 친 사람 배상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24.10.0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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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골프장측에 주의의무 있어"…박태환 상대 손배청구 기각

아마추어 골퍼가 골프를 치다가 날린 '슬라이스'에 옆 홀 골퍼가 맞아 다쳤다.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서울동부지법 신성욱 판사는 9월 26일 '수영 스타' 박태환이 3년 전 춘천시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날린 슬라이스에 맞아 다친 A씨가 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3가단128864)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씨가 2021년 11월 14일 오전 9시쯤 춘천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티샷을 했는데, 자신의 의도와 달리 오른쪽으로 크게 휘면서 옆 홀에서 골프를 치던 A씨의 왼쪽 눈 윗부분을 맞혔다. 이 사고로 시력저하, 비문증 등이 발생한 A씨는 왼쪽 눈에 레이저광응고술을 받았으나, 시력저하 등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후유증이 남게 되었다.

A씨는 박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박씨가 경기보조원의 지시에 따라 티샷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추어들 간의 골프 경기에서 티샷 시 슬라이스가 발생한 것을 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고 박씨가 고의로 위와 같이 슬라이스를 발생시키지 않은 이상 박씨에게 슬라이스를 발생시키지 않아야 할 일반적 주의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혐의 없음의 불기소결정을 했다. A씨는 박씨를 상대로 사고로 인한 치료비 등 1억 4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이 사건 민사소송도 냈다.

신 판사는 그러나 "피고는 타격 방향 전방에 다른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보조원의 지시와 통상적인 경기진행 방법에 따라 티샷을 한 것이고, 타구의 방향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타격 방향 정면을 기준으로 3시, 9시 방향, 타격 방향 뒤쪽 등)으로 날아간 것이 아닌 이상 통상적인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 흔히 생길 수 있는 슬라이스나 훅 등 구질의 타구가 나왔을 때 골프공이 다른 홀로 넘어가지 않게 할 주의의무는 이 사건 골프장 관리업체 및 경기보조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원고 주장과 같은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사고에 대해 박씨의 주의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 판사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업체로서는 골프공이 연접한 다른 홀로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 예를 들어 높이가 높은 나무 또는 경계그물망 등을 설치하거나 연접한 홀 사이에서는 각 홀의 플레이가 완전히 종료된 이후에 다른 홀의 플레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시간대를 달리 배치하거나 경기보조원들의 무전연락을 통해서 다른 홀에서 넘어오는 골프공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였어야 한다"며 "피고는 이러한 안전시설 및 안전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의 안내에 따라 정상적으로 티샷을 하였을 뿐이어서 피고에게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피고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숨기고, 동반하여 라운딩을 한 다른 사람을 사고를 일으킨 사람으로 내세운 사정 등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는 모두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여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관련한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강용섭 변호사가 박씨를 대리했다. 피고보조참가한 골프장 측은 이형범 변호사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