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에게 아버지의 사망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장례를 치른 뒤 화장한 이복동생이 장남에게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대구지법 민사4-2부(재판장 신안재 부장판사)는 8월 28일 장남 A씨가 B, C씨 등 이복동생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23나311168)에서 "B는 A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는 요양병원에서 간병하던 아버지 D씨가 사망했는데도 장남인 A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몰래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한 뒤 선산이 아닌 별도의 봉안시설에 안치했다. A는 "아버지가 선산에 매장되고 싶어했음에도 피고들이 아버지와 장남으로 제사주재자인 자신의 의사에 반해 아버지를 화장해 제사주재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로 정해져야 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 즉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유체 · 유골의 처분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에 관한 망인 자신의 생전 의사 내지 감정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망인의 영혼이 떠나고 남은 유체 · 유골에 대한 매장 · 관리 · 제사 · 공양 등은 그 제사주재자를 비롯한 유족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 · 추모 등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망인의 유체 · 유골은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관리 및 처분은 종국적으로는 제사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사람의 유체 · 유골은 매장 · 관리 · 제사 · 공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물로서, 분묘에 안치되어 있는 선조의 유체 · 유골은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제사용 재산인 분묘와 함께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피상속인 자신의 유체 · 유골 역시 위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
재판부는 "D의 사후 누가 D의 제사주재자가 될 것인지에 관하여 D의 공동상속인들인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아무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D의 장남인 원고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D의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할 것인데, B는 제사주재자인 원고에게 D의 사망사실을 알리지 않고 임의로 원고의 의사와 달리 D의 유체 · 유골을 화장하여 봉안시설에 안치함으로써, D의 장남으로서 제사주재자인 원고가 D의 장례절차에 참석하여 장례절차 등을 주재하고 D의 유체 · 유골에 관하여 관리, 처분할 제사주재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위자료 액수를 300만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C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C는 D의 사망일시를 포함하여 2020. 2. 16.부터 2020. 7. 21.까지 베트남에서 거주하여 왔고, B가 주도한 D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D의 사망 당시 곁에 있지도 않았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위 피고가 원고에게 D의 사망사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거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위 피고가 B와 함께 D의 유해를 제사주재자인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임의로 화장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재억 변호사가 원고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