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상가 분양하며 기둥 존재 안 알려…분양계약 취소 또는 가치하락액 90% 배상하라"
[손배] "상가 분양하며 기둥 존재 안 알려…분양계약 취소 또는 가치하락액 90%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4.09.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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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모델하우스 바닥에만 '■'로 표시…고지의무 위반"

상가 호실 내 · 외부에 기둥과 방화문이 있는데도 분양자 측이 이를 수분양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취소하거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재판장 김동빈 부장판사)는 8월 28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상가건물의 각 1∼2개 호실을 분양받거나 최초 수분양자로부터 양수한 13명이 이 상가건물을 신축 · 분양한 A사와 상가건물에 관한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한 우리자산신탁을 상대로 분양계약 취소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2022가합558004)에서 "A사는 각각 계약취소 원고 8명에게 4억 1,100여만원∼1억 7,700여만원을, 나머지 손해배상청구 원고들에게 1억 1,100여만원∼800여만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리자산신탁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고, 일단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고지할 의무가 별도로 인정될 여지가 없지만, 상대방에게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인정되거나 거래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상대방에 대하여는 비록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점을 들어 추후 책임을 일부 제한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고지할 의무 자체를 면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이러한 고지의무 위반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므로, 분양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은 기망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도 있고, 분양계약의 취소를 원하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다48515 판결 참조)"고 밝혔다.

이어 "①상가 내부에 기둥이 존재하면 기둥 점유부분 및 활용 제한 공간의 발생으로 면적 손실이 있고 가시성이 저해를 받으며 상가로서의 활용가치도 저하되는 점, ②상가 외부에 위치한 기둥이나 방화문도 상가의 가시성을 차단하고 이로 인한 상가 가치 저하를 유발하는 점 ③이 사건 기둥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호실의 가치가 분양금액을 기준으로 적게는 6,208,000원부터 많게는 124,295,500원까지 하락하고 이는 분양대금 대비 약 1.6%에서 18.8% 정도의 금액인 점 ④기둥 등의 존재는 전유면적 중 실제로 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을 감소시키거나 공간 활용에 제약을 일으키며 공간의 개방감이나 경관을 저해시켜 시각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주는 등 분양대금의 결정이나 분양 후 활용가능성 및 경제적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요소이므로 원고들이 위 존재를 알았더라면 이 사건 분양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기둥 등의 존재는 수분양자들인 원고들이 분양계약을 그 정해진 조건에 체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정도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A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원고들에게 기둥 등의 존재 여부, 위치, 면적 등에 관하여 상당한 방법으로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가건물은 준공 전 분양되어 원고들과 같은 수분양자들은 A사의 설명이나 A사가 제공하는 자료,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입체모형이나 평면도 등을 통해서만 이 사건 호실의 구조나 형태를 파악할 수밖에 없는데, 상가건물 팸플릿이나 상가건물 모델하우스에 입식 안내판에 각 평면도가 있었고 각 도면에 기둥이 '■'로 표시되어 있기는 하나 그 표시가 기둥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만한 별도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그 각 기둥의 면적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재도 없으며 방화문의 경우 그 표시가 없는바, 원고들이 이 사건 기둥 등의 존재, 면적 및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A사는 분양계약 체결 과정에서 위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상가건물의 모델하우스에 입체 모형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호실 내부의 기둥은 입체적인 형태로 구현되어 있지 않고 그 바닥에 '■'로 표시되어 있을 뿐이며 방화문은 구체적 표시 없이 불투명 벽체로만 표현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들로서는 기둥 등의 존재나 구체적인 형상 등을 알기는 어려웠다고 보인다"고 지적하고, "기둥 등의 존재는 분양계약 체결 여부나 조건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팸플릿이나 입식 안내판에 평면도가 있었고 모델하우스 내 입체 모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기둥 등에 관한 내용이 상당한 방법으로 고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사의 고지의무 위반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를 이유로 한 원고 8명의 분양계약 취소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소장 부본이 2022. 12. 29. A사에게 도달했으므로, 이로써 위 원고들의 분양계약은 취소되었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 5명은 A사로부터 이 사건 기둥 등에 대하여 제대로 고지받지 못함으로 인해 이 사건 호실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A사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원고들의 손해는 기둥 등의 존재를 고려한 이 사건 호실의 가치하락액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다만, 이 사건 상가건물과 같은 대규모 고층 상가건물에는 그 하중을 견디기 위한 기둥이 상가 내에도 일부 설치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존재하는 점, 원고들은 상가건물에 상당한 돈을 투자하는 지위에서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팸플릿이나 평면도 등을 상세히 살펴보고 기둥 등과 같은 구조물이 설치될 예정인지 여부 등을 분양계약 담당자를 통하여 문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기둥 등의 현황을 확인한 후에도 분양계약을 유지하는 전제에서 분양대금 잔금을 모두 납부한 점 등을 고려, A사의 책임을 9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우리자산신탁에 대한 청구에 대해선, "분양계약 제6조 (1)항은 상가건물의 분양과 관련한 매도인으로서의 일체의 의무를 A사가 부담하고 우리자산신탁은 소유권 이전업무 외 일체의 책임이 없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조 (2)항은 매수인에게 이 사건 호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전되면 우리자산신탁의 모든 권리의무는 A사에게 면책적으로 포괄 승계된다고 정하고 있으며, 원고들은 위 조항 바로 다음에 이에 대하여 동의한다는 서명날인을 하였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원고들은 분양계약의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금의 반환이나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우리자산신탁에게 직접 구할 수 없거나, 원고들이 이 사건 호실에 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음으로써 이 부분에 대한 우리자산신탁의 모든 권리와 의무가 A사에게 포괄 승계되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은 1명을 제외하고 이 사건 호실에 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법무법인 정향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피고 측은 법무법인 로월드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