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개설해 운영해온 의사가 병원을 폐업했더라도 병원 운영시 의료급여비용 부당청구에 대해 해당 의사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8-2부(재판장 조진구 부장판사)는 7월 19일 의료급여비용 부당청구를 이유로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1,800여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A씨가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3누67301)에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10월경 A씨가 인천 계양구에서 개설하여 운영하던 B병원에 대해 현지확인을 하여 A씨의 의료급여비용 부당청구 사실을 적발, A씨로부터 '2013. 11. 1. 대상자들은 요양급여기준 미숙지로 연속하여 24시간 이상 외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원료 100%로 착오 청구한 사실이 있음' 등을 확인한다는 취지로 작성된 확인서를 제출받았다. 건보공단은 이어 2014년 12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B병원 측에서 입원 중인 환자가 24시간 외박을 한 경우 병원관리비(35%)만 청구해야 하나, 입원료 100% 청구 및 외박에 따른 식대(가산) 부당청구를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B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A씨는 그러나 2015년 6월경 B병원을 폐업하고, 같은 해 11월경 인천 강화군에서 C병원을 개설하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7월경 B병원의 운영자였던 A씨에게 의료급여비용 부당청구를 이유로 업무정지처분을 갈음하여 과징금 1,800여만원을 부과하자 A씨가 "B병원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이나 이에 갈음한 과징금 처분은 대물적 처분인바, 폐업 이후 내가 새로 개설한 C병원에는 승계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의료급여법 제29조 제1항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업무정지처분을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 ·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과징금 부과 요건으로 '업무정지처분이 수급권자(의료급여법에 따라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반드시 업무정지처분이 유효하게 행하여질 수 있는 경우에만 한정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더욱이 의료급여기관은 의료업의 단위가 되는 인적 · 물적 결합체에 불과하여 법인격이 없으므로, 결국 의료급여기관에 관한 법률적 권리 · 의무의 주체는 법인격이 있는 개설 · 운영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의료급여기관에서 이루어진 진료행위로 인한 의료급여비용은 결국 위 의료급여기관의 개설 · 운영자에게 귀속되고, 과징금 처분이나 의료급여비용 환수처분에 따른 과징금 및 부당이득금의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 또한 개설 · 운영자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또 "의료급여법 시행령 제16조의3 제1항, 제2항에 각 규정된 '과징금을 내야 할 자' 내지 '과징금을 내야 하는 자'라 함은 법인격이 없는 의료급여기관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격이 있는 그 개설 · 운영자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다음으로, 그 개설 · 운영자가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아 체납처분절차에 따라 강제징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그 강제징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개설 · 운영자 소유의 재산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과징금 처분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비용을 받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한 의료급여 기관 개설 · 운영자에 대하여 그러한 의무위반 행위로 인해 이루어진 대인적 처분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