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승인을 받은지 약 39년이 지난 건물의 건물주가 신규 임차인을 주선한 기존 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을 고지했다.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차인 A는 2016년 9월 B의 아버지와 서울 강서구에 있는 건물 1층 점포에 대해 임대차보증금 2,200만원, 월 차임 250만원, 임차기간 2016. 9. 1.부터 2018. 8. 31.까지로 정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점포에서 음식점을 운영해 왔다. 이후 A는 2018년 4월 B와 임대차보증금 22,000,000원, 월 차임 2,600,000원 임차기간 2018. 7. 1.부터 2019. 6. 30.까지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2021년 6월 위 임대차계약의 임차기간을 2021. 7. 1.부터 2022. 6. 30.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으며, 2022년 7월 1일 이 임대차계약에 관한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졌다.
A는 2022년 8월 C와 점포의 시설과 권리 일체를 권리금 7,000만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B에게 새로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B는 A에게 이 건물의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어 3년의 임차기간에 한하여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고지했고, 이로 인해 A와 C와의 권리금 계약은 해제되었다. A는 B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며 B를 상대로 권리금에 해당하는 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건물은 1985년 사용승인을 받았다.
1심이 권리금 7,000만원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전부 인정한 데 이어 항소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도 "피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의 신규임차인 주선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함으로써 원고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C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방해했다"고 판시, 해당 점포의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감정액 약 2,500만원의 80%인 1,900여만원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피고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그러나 7월 31일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4다232530).
대법원은 먼저 "건물 내구연한 등에 따른 철거 · 재건축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그 계획 · 단계가 구체화되지 않았는데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짧은 임대 가능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 · 고수하는 경우 또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고지한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 · 재건축 계획과 그 시점을 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 사건 건물은 1985년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로서 원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약 39년이 지났고, 피고는 재건축을 위해 이 사건 점포를 포함하여 이 사건 건물의 상당 부분을 공실로 두고 있으며, 또한 피고는 현재 임대차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임차인들과의 계약에서 특약사항으로 '재건축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2025. 8. 31. 이후에는 더이상 임대차를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두고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재건축 필요성이나 재건축 의사의 진정성 등이 인정되고, 그 철거 · 재건축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어 3년의 임차기간에 한하여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이 사건 고지의 내용은 위와 같은 구체적인 철거 · 재건축 계획이나 일정과 대체로 부합하고, 특별히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가 이 사건 고지를 한 이후 그와 모순되는 언행이나 행동을 하였다고 볼 정황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같이 이 사건 건물의 내구연한 등에 따른 철거 · 재건축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그 계획 · 단계가 구체화되지 않았는데도 피고가 신규 임차인에게 짧은 임대 가능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 · 고수한 것이라거나 피고가 이 사건 고지 내용과 모순되는 행동을 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고지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