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아예 설정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나온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미설정이 잘못이라는 첫 법적 판단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8월 29일 청소년 환경단체 회원 등이 낸 4건의 헌법소원 사건(2020헌마389 등)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위 법률조항은 2026. 2. 28.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 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7조 1항은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여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고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국가비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법 8조 1항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중장기 감축목표)로 한다"고 규정했으나,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설정하지 않았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3조 1항은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40퍼센트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하여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는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는바, 같은 조 제4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재설정 주기나 범위 등 관련 법령의 체계를 살펴보더라도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으로,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지적하고,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정할 때 단기적일 수도 있는 정부의 상황 인식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적극성 및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감축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현재의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제한하게 되는 것임에도, 위험상황으로서의 기후위기의 성격상 미래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의욕적으로 감축목표를 정하고 계속 진전시켜야 하고, 구체적인 감축수단에 관해서는 감축목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매우 다양하게 대립할 수도 있어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2031년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도 그 대강의 내용은 '법률'에 직접 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최소 35% 감축' 합헌
재판부는 다만,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정한 2030년까지의 중장기 감축목표의 구체적인 비율에 대해서는 과소보호금지원칙 또는 법률유보원칙 위반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위임을 받아 2030년 중장기 감축목표의 구체적인 비율의 수치를 정한 것일 뿐이므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반하여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