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며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김태한 대표이사에게 부과한 제재와 과징금 처분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8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와 김태한 전 대표이사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소송(2018구합86719)에서 처분사유의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재량권 일탈 · 남용을 인정,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이에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 11. 19. 로직스에 2019회계연도(2019. 1. 1.~2019. 12. 31.)부터 2021회계연도(2021. 1. 1.~2021. 12. 31.)까지 증선위가 지정하는 감사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처분하고, 로직스 주주총회에 대하여 대표이사 김태한과 재무담당임원을 임원에서 해임할 것을 권고했다. 또 로직스는 동 조치서를 받은 날로부터 1월 이내에 지적사항을 회계장부 및 재무제표에 반영하되, 콜옵션부채 금액의 적정성을 검토하여 지분법 회계처리 시 반영하여야 한다고 처분했다. 증선위는 또 2018. 11. 23. 김태한 대표이사에 대하여 과징금 1,600만원을 부과하고, 금융위원회도 2018. 12. 14. 로직스에 대하여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원고 로직스가 제2기부터 제4기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하였다고 보아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하여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 아래에서 원고 로직스가 회계처리할 수 있는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고, 피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처분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증선위가 로직스에 대하여 한 처분은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일부 오인함에 따라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되고, 취소의 범위는 처분 전부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태한 대표이사에 대한 1,600만원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사실을 일부 오인하였거나 위반 내용과 제재수준 사이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금융위의 로직스에 대한 80억원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도 "처분사유가 모두 존재함을 전제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과징금 한도액인 80억원이 부과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처분은,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일부 오인하였거나 위반 내용과 제재수준 사이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로직스가 제5기부터 제8기 반기까지의 재무제표를 작성 · 공시함에 있어, 2015년에 에피스 투자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면서 2012~2014년에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회계처리한 오류를 소급하여 수정했어야 함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고 2015년에 지배력 변경이 있었던 것처럼 회계처리 함으로써, 2015년에 에피스 투자주식을 공정가치로 부당하게 평가하여 2015년부터 2018년 반기까지 관련 자산 및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했다'는 처분사유 등은 인정했다.
김앤장과 법무법인 삼현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피고들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법무법인 원이 대리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 임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 허위 공시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