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해 이를 수리하는 심판이 내려졌더라도 피상속인 사망 후 상속재산을 임의로 생활비로 썼다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A는 2023년 1월경 B가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하고, B로부터 온라인 영업 컨설팅 업무를 제공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쇼핑몰 양수대금으로 7,900만원을 B에게 지급했다. 계약 체결 당시 B는 A와 '온라인 쇼핑몰 영업의 3개월간 순수익이 3,000만원에 미달할 경우 인수대금 7,900만원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었다. 그런데 A가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한 후 3개월간 순수익이 3,000만원에 미달하여 B는 2023년 5월 다시 A에게 7,900만원을 반환하겠다고 약정했다. 그러나 B가 2023. 5. 15. 사망했고, B의 상속인으로 배우자인 C와 자녀들이 있다.
A는 투자금을 반환받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C를 상대로 7,9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2023가단73812)을 냈다. 이에 C는 자신과 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 수리심판을 받아 투자금 반환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C와 자녀들은 2023년 6월 15일 상속포기를 신고하여 6월 20일 이를 수리하는 심판이 내려졌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박근정 판사는 그러나 7월 4일 "피고와 자녀들이 상속포기 수리 심판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C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어 C가 단독으로 B를 상속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C는 A에게 7,9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박 판사는 "민법 제1025조, 제1026조에 의하면,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때에는 제한 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하고,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전제하고, "B가 사망한 후 B의 배우자이자 상속인인 피고가 B의 은행계좌를 관리하면서 B의 은행계좌에서 피고의 은행계좌로 송금한 후 피고가 위 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인정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민법 제1025조, 제1026조에 따라 피고는 B의 상속을 단순승인하였다고 간주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박 판사에 따르면, B 명의의 은행계좌에서 B가 숨진 다음 날인 2023년 5월 16일부터 5월 22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모두 350만원이 C의 은행계좌로 송금되었고, C의 계좌로 송금된 돈은 C가 생활비 등으로 소비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