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배정되지 않아 급여를 받지 못한 대학 시간강사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7월 25일 경남 진주에 있는 국립대학인 경상국립대에 재직했던 시간강사 A씨가 "휴업수당 35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4다233007)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 "국가는 A씨에게 35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9월 경상국립대 대학원 정치경제학과의 시간강사로 임용되는 계약을 체결한 후 1년 단위로 재임용되어 2022. 8. 31.까지 3년간 위 학과에 재직했다. A씨는 2020년 2학기에는 주당 6시간, 2021년 1학기와 2학기에는 각 주당 3시간의 강의를 하고 임용계약에 따라 매월 보수를 받았으나, 경상국립대는 2022년 1학기에 A씨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고 6개월 기간 동안 급여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2022년 8월 31일 퇴직한 A씨가 "2022. 3. 1.부터 2022. 8. 31.까지 강의를 배정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귀책사유로 인해 휴업하게 되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휴업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 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같이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이유는 근로자가 근로 제공의 의사가 있는데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때 수당 등을 지급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데에 있고, 이때 사용자의 귀책사유는 사용자의 고의 · 과실 이외에도 기업의 경영자로서 그 세력범위를 벗어나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모든 사유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제하고,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 소정의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 측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설치 · 운영하는 학과(전공)는 대학설립 · 운영규정 제2조의2 제1항에 따라 전임교원 강의 비율을 60% 이상 유지하여야 하고, 석박사 통합과정 수강생 B도 전공필수 6학점 강의를 전임교원에게 배정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는바, 이에 따라 2022년 1학기에 개설한 3개의 강의를 모두 전임교원에게 배정해야 했으므로, 원고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못한 것이 피고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 아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학설립 · 운영규정 제2조의2 제1항 관련 별표1의 2에 의하면, 대학원 박사과정을 설치 및 운영하는 학과는 전임교원의 강의 비율이 전체 학점 수를 기준으로 6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로서는 위 요건을 갖출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는 기본적으로 피고의 세력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정으로서 이를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할 만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밝힌 정치경제학과의 전임교원 강의비율 현황에 따르면, 피고는 2022년 1학기 이전의 전임교원 강의비율이 2019년 2학기는 66.7%, 2020년 1학기는 64.7%, 2020년 2학기는 57.1%, 2021년 1학기는 40%, 2021년 2학기는 70%였는바, 이에 따르면 전임교원 강의비율 60%를 매학기 별로 엄격하게 맞출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는 2022년 1학기의 경우 전임교원 강의비율을 100%로 배정하고, 시간강사인 원고에게 강의를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고는 또 "임용계약서 제4조 제1항 제3호는 '강의가 없는 학기는 별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에게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이고(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 휴업수당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 위 조항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인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원고가 휴업하게 되면 피고는 원고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1심부터 원고를 대리해 소송을 수행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