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의 제주지사장인 A는 B(여)의 아들이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도로에 넘어져 머리에 골절상 등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은 것과 관련, 보험설계사 C, B와 공모해 상해 발생의 원인을 '넘어져서 다침'으로 기재하고, 응급초진차트는 누락한 가운데 보험금을 청구, 보험사로부터 27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그러나 B가 든 보험약관엔 '이륜자동차 등을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이를 알려야 하고,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다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상해사고를 직접 원인으로 보통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 상해 발생 원인과 관련 킥보드사고를 기재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되었다. B는 다른 보험설계사로부터 위와 같이 보험금 지급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미리 들어 알고 있었음에도, C에게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였고, C는 B로부터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받기로 한 후 위 서류를 A에게 제출, A가 보험사기(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항소심을 맡은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그러나 7월 4일 "특별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이륜자동차에 전동킥보드가 포함된다는 설명을 하지 않아 보험사를 기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3노878).
재판부는 "B가 가입한 보험의 특별약관은 피보험자가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피해자 회사는 피보험자에게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피보험자가 피해자 회사에 '전동킥보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B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동킥보드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았고, 전동킥보드의 정의나 규제에 관한 규정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동킥보드의 사용이 일반화됨에 따라 '전동킥보드'를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포함시켜야 할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그에 따라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를 배기량, 정격출력의 크기, 중량 등에 따라 이륜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 개인형 이동장치로 구분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의 내용, 이후 도로교통법의 개정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전동킥보드'가 이 사건 특별약관에서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로 정하고 있는 '이륜자동차'에 포함되는지가 모호한 상황이었다"며 "따라서 피해자 회사가 특별약관을 근거로 피보험자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에게 전동킥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특별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에 해당된다'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회사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특별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이륜자동차에 전동킥보드가 포함된다는 설명을 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특별약관에 따라 보험금의 지급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보험사에 대한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피해자 보험사는 2021년 5월에 보통약관을 개정해 고지의무의 대상을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전동기로 작동되는 개인형 이동장치를 포함하며, 장애인 또는 교통약자가 사용하는 보행보조용 의자차인 전동휠체어, 의료용 스쿠터 등은 제외한다)를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라고 정해 전동킥보드를 고지의무의 대상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