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수입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공범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에 담긴 공소사실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는 2011년 9월 2일경 B로부터 필로폰 대금 명목으로 250만원을 받고, 다음날인 9월 3일 오전 중국 청도에서 필로폰 약 10g을 은닉한 채 중국 항공편을 통해 같은 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여 필로폰을 수입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기소됐다. A는 또 사촌인 C에게 필로폰 약 10g이 들어 있는 담배갑을 전달하고 C로 하여금 B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B에게 필로폰을 판매하는 등 3차례에 걸쳐 B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필로폰 수입 혐의에 대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B의 진술이 기재된 각 검찰 진술조서및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C의 진술이 기재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등이 있으나, B는 피고인과 대향범 관계에 있는 자인데, 피고인 및 변호인이 위 검찰 진술조서 및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내용부인 취지로 부동의한 이상 그 증거능력이 없고, C 역시 피고인과 공범 관계에 있는 자인데, 피고인과 변호인이 위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내용부인 취지로 부동의한 이상 그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필로폰 판매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고 면소를 선고했다.
A는 2011년 9월 3일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사실은 있으나, 필로폰을 가지고 온 사실은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어 2022. 1. 1.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여기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라 함은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이 진술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서 정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란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아니라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포함되고, 여기서 말하는 '공범'에는 형법 총칙의 공범 이외에도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할 뿐 각자의 구성요건을 실현하고 별도의 형벌 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강학상 필요적 공범 또는 대향범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자신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도3741 판결 참조)"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의 진술을 녹취 내지 기재한 서류 또는 문서가 수사기관에서의 조사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그것이 '진술조서, 진술서, 자술서'라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9. 3. 선고 2004도3588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은 적법하다며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도 6월 13일 "원심의 판단에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공소시효의 정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4도5260).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