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의 안전 도모한 의미 있는 판결"
상가건물 등 집합건물이 늘어나면서 집합건물의 호실을 합치거나 쪼개서 사용하는 데 따른 건물 합병 등기, 집합건축물대장에 합병 내용을 등재하는 합병 처분의 수요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대 변호사가 최근 집합건축물대장상 합병 처분에 제한을 가해 합병 처분을 무효로 되돌리는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아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압류나 가압류등기가 마쳐져 있는 집합건물 점포에 대해서는 해당 등기를 말소하지 않는 한 합병 등기는 물론 집합건축물대장상 합병도 할 수 없다는 것.
하 변호사는 "등기부상 합병 등기가 이루어질 수 없는 점포 사이엔 집합건축물대장상의 합병 처분도 무효라는 것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며 "궁극적으로 등기부와 집합건축물대장상 기재를 일치시킴으로써 집합건축물대장상의 건축물표시와 집합건물에 대한 등기부상의 건축물표시가 다름으로 인하여 집합건물의 소유자 등 권리자들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비롯한 각종 등기를 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겪었던 여러 불편과 불이익을 해소하고 나아가 거래의 안전을 도모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125개 호실을 5개 호실로 합병
A사는 2021년 1월 서울 성동구 공장용지에 있는 지하 4층, 지상 9층 규모 건물 4층(3,330.68㎡)의 125개 점포 중 B씨 소유의 94개 점포를 낙찰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 건물 4층의 125개의 점포를 각자 소유하고 있던 B씨 외 25명이 2005년 3월 성동구청에 기존 125개 호실을 5개 호실로 합병하는 내용의 집합건축물대장 전유 부분 변경을 신청해 집합건축물대장에 합병 내용이 등재되어 있는 것을 발견,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집합건축물대장 합병 처분의 무효확인 소송을 낸 사건이다.
집합건축물대장에 따르면, 해당 건물 4층은 제1호(골프연습장 : 1,013㎡), 제2호(에어로빅장 : 199.68㎡), 제3호(체력단련장 : 392.88㎡), 제4호(제2종근린생활시설-사무소 : 98.51㎡), 제5호(제1종근린생활시설-기지국 : 108.42㎡)로 전유 부분이 변경되어 등재되었다. 그러나 등기부엔 이러한 변경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A사가 종전 등기대로 B씨 소유의 94개 점포를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했음에도 소유권이전등기 등 후속등기를 할 수 없자 소송을 낸 것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송명철 판사는 먼저 "구 부동산등기법 제103조 제1항이 소유권 · 전세권 및 임차권의 등기 이외의 권리에 관한 등기가 있는 건물에 관하여는 합병의 등기를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한 이유는, 전세권이나 임차권은 건물의 일부에 성립할 수 있으므로 합병 대상 건물의 어느 한 쪽에 있어도 무방하지만, 근저당권, 가압류, 가처분, 가등기 등은 건물의 일부에 성립할 수 없으므로 어느 한 쪽 건물에만 이러한 등기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등기가 없는 건물과의 합병을 제한하여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입법 목적 내지 취지는 구분 건물 전체에 대한 총체적 합병 형태뿐 아니라 그보다 축소된 형태의 합병, 즉 두 개 이상의 전유부분을 합병하는 형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만약 두 개 이상의 전유부분을 합병하는 등기를 할 수 없는 경우임에도 그에 대한 건축물대장의 합병이 이루어지면 등기부와 건축물대장 사이의 부동산 표시가 일치하지 않게 되어 이를 치유할 수 없게 되고, 이러한 불일치 상태에서는 부동산등기법에 따른 등기신청이 각하될 수밖에 없으며, 또한 구 부동산등기법 제103조 제2항에 의하면, 합병의 등기를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그 등기 신청을 각하한 때에는 등기관은 지체없이 그 사유를 건축물대장소관청에 통지하여야 하는바, 이는 합병 등기가 제한되는 경우 건축물대장의 합병 역시 제한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등기부와 건축물대장 사이의 표시 불일치를 방지함에 그 취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집합건축물대장상 합병 처분 당시 대상점포 중 B 소유의 각 점포에는 2023. 2. 5. 서울시 성동구에 의한 압류등기가, 2003. 2. 28. 또 다른 사람 명의의 가압류등기가, 2003. 7. 3. 대한민국 명의의 가압류등기가 각 마쳐져 있어 대상점포는 구 부동산등기법 제103조 제1항에 따라 합병의 등기를 할 수 없었으므로, 건축물대장의 합병을 할 수 없는 사유 역시 존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 존재"
송 판사는 따라서 "건축물대장을 합병한 이 사건 처분에는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 소속 담당공무원으로서는 건물 등기부등본만 확인하더라도 합병 대상인 점포들에 압류등기 및 가압류등기가 마쳐져 있었던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으나,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 사건 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는 객관적으로도 명백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부동산등기법령상의 '합병'이란 건물의 물리적 상태에는 변화를 주지 않고 등기부상의 1개 범위를 변경하는 처분을 말하며, 집합건축물의 구분 소유 대상이 되는 전유부분 전체를 하나의 건물로 합치는 형태(총체적 합병)뿐 아니라 두 개 이상의 전유부분을 하나로 합치는 형태 역시 위 합병의 범위에 포섭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역임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하종대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기 전 약 20년간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한 송무 전문 변호사다. 해박한 법리와 함께 빈틈없는 논리 구성에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그는 행정, 조세, 부동산 등의 분야에 많은 승소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A사의 원고적격=집합건축물대장상 전유 부분 합병 처분은 B 외 25명에 대해 이루어진 행정처분이므로 제3자에 불과한 A사는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원고적격이 없는 것 아니냐는 본안전항변도 제기됐다. 송명철 판사는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처분 후에 대상점포 중 일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했는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등기부의 표시와 집합건축물대장상의 표시가 일치하지 않게 되어 이러한 상태에서는 부동산등기법 제29조 제11호에 따라 건물에 대한 등기신청이 각하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원고로서는 등기부상 권리의 처분마저 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으므로,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