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5월 30일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교제하던 여성에게 엽산이라고 속여 낙태약을 먹이고 기혼 사실이 뒤늦게 발각되자 사진과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A(38)씨의 상고를 기각, 부동의낙태 · 협박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4도922).
A는 2009년부터 만난 현재 부인과 2015년 11월 결혼했으나 이 사실을 숨기고 2014년 B(여)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시작, 2020년 9월 B가 임신하자 '탈모약을 복용해 기형아를 출생할 확률이 높다'며 B를 설득해 낙태하게 했다.
A는 B가 2021년 6월 다시 임신하자 B에게 재차 낙태를 권유했다. B가 결혼할 예정이니 임신을 유지하겠다며 거절하자, A는 인터넷에서 구입한 낙태약을 임산부 영양제 중 하나인 엽산이라고 속여 B에게 먹게 해 낙태하게 했다. 두 사람은 2021년 12월 결혼하기로 했으나, A는 결혼식 이틀 전 코로나에 걸렸다고 거짓말해 두 번째 결혼식을 취소시켰다. 이때서야 B는 A가 아이가 있는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는 B가 자신의 배우자나 지인들에게 자신과의 관계를 소문낼 것이 두려워 B를 만나 이를 무마하려고 했으나 B가 만나주지 않자 "나한테 너무 많은 사진과 영상이 남아있다"며 교제하며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산 자체가 적지 않은 고통이었을 것인데, 피해자는 피고인이 준 약이 엽산인 줄 알고 먹었다가 낙태를 하게 된 것으로 피해자가 받았을 충격은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