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하락으로 인한 분양계약의 취소와 해제, 물가변동 분쟁의 본격화 등 건설 관련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법무법인 세종이 최근 모두 5차례에 걸쳐 '세종 건설부동산 분쟁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5월 7일부터 6월 4일까지 매주 화요일 진행된 아카데미에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책임준공의무, 분양계약의 취소 · 해제, 물가변동 분쟁의 최근 동향 등 사례 위주의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졌다. 리걸타임즈가 건설부동산분쟁그룹의 협조를 받아 5회에 걸친 건설부동산 분쟁 아카데미에서 다뤄진 주요 이슈를 요약해 소개한다. 이번회 주제는 2회차 세미나에서 발표한 김창화 변호사의 국가계약상 입찰무효 이슈다. (편집자)
1. 국가계약에서의 계약방법
국가계약법 제7조 제1항은,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이하 '계약담당공무원'이라고만 합니다)이 계약을 체결하려면 일반경쟁에 부쳐야 함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고, 예외적인 경우에 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참가자를 지명하여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계약의 계약방법을 구분하면 일반경쟁입찰 방법, 제한경쟁입찰 방법, 지명경쟁입찰 방법, 수의계약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가. 일반경쟁입찰 방법
일반경쟁입찰 방법은 다수의 참가자가 입찰공고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여 경쟁을 통해 낙찰자로 선정되고, 선정된 낙찰자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경쟁입찰은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이 있어야 성립을 하므로(국가계약법 시행령 제11조), 다수의 참가자가 있더라도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들의 입찰이 무효인 경우에는 적법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일반경쟁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 후술하는 바와 같이 해당 입찰자의 입찰은 무효가 된다(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9조 제4항).
나. 제한경쟁입찰 방법
제한경쟁입찰 방법은 계약의 목적,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시공능력, 공사실적, 기술보유상황, 재무상태, 지역, 입찰자 지위 등 일정한 요건을 두어 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하여 경쟁에 부치는 입찰방식이다(국가계약법 제7조 제1항 단서). 이러한 제한경쟁입찰은 모든 국가계약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대규모공사나 특수한 기술이나 설비, 성능 등이 요구되는 계약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계약담당공무원은 제한경쟁입찰을 하고자 할 때에 입찰공고에서 그 제한사항과 제한기준을 명시하여야 한다(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1조 제2항).
다. 지명경쟁입찰 방법
지명경쟁입찰은 계약의 목적,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일정한 요건하에서 참가자를 지명하여 경쟁에 부치는 입찰방식이다(국가계약법 제7조 제1항 단서). 지명경쟁입찰에 부칠 수 있는 경우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지명경쟁입찰의 경우 요건에 해당되는 지명대상자 중 5인 이상의 입찰대상자를 지명하여야 하고, 그 중 2인 이상의 입찰참가신청이 있어야 유효한 입찰이 된다. 다만, 요건에 해당하는 지명대상자가 5인 미만인 경우에는 입찰대상자를 모두 지명하여야 한다(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라. 수의계약 방법
수의계약은 계약의 목적,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일정한 요건하에 경쟁입찰을 거치지 아니하고 특정한 자를 상대로 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국가계약법 제7조 제1항 단서). 수의계약은 계약절차의 투명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대통령령 제26조 내지 제29조 등에서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2조는, 수의계약 체결에 관하여 시행령 제12조 제1항 및 제3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수의계약 대상자도 경쟁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2. 입찰무효의 판단기준
가. 입찰무효사유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9조 제4항은, 경쟁참가의 자격이 없는 자가 행한 입찰, 기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각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입찰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유로는 입찰참가자격이 없는 자가 한 입찰,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 아니하고 한 입찰, 입찰서가 그 도착일까지 입찰장소에 도착하지 아니한 입찰, 동일사항에 대해 동일인이 2통 이상의 입찰서를 제출한 입찰, 대표자나 상호 등의 등록사항을 변경등록하지 아니하고 입찰서를 제출한 입찰 등이 있다.
나. 입찰무효 사유 발생시 처리
당해 입찰에서 국가계약법령에서 규정되어 있는 입찰무효 사유가 발생할 경우, 계약담당공무원은 해당 입찰자의 입찰을 무효로 처리하고 입찰자에게 그 이유를 명시하여 입찰절차에서 해당 입찰자를 배제할 수 있다(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45조 참고). 마찬가지로 입찰무효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채 입찰절차가 진행되어 해당 입찰자가 낙찰자로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계약담당공무원은 무효사유 있는 낙찰자에 대한 낙찰자 결정을 취소하고 차순위자 순으로 필요한 심사를 하여 낙찰자를 결정하거나 새로운 입찰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계약예규 공사입찰유의서 제18조 제6항).
다. 입찰무효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기준
국가계약법령에서는 동 법령에서 규정한 입찰무효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그 입찰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무효사유가 있다고 해서 해당 입찰 또는 그에 기해 체결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이 '당연무효'로 평가되는지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입장은 대법원이 "계약담당공무원이 입찰절차에서 국가계약법 및 그 시행령이나 그 세부심사기준에 어긋나게 적격심사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당연히 낙찰자 결정이나 그에 기한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이를 위배한 하자가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할 뿐 아니라 상대방도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또는 누가 보더라도 낙찰자의 결정 및 계약체결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한 경우 등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그 절차에 관하여 규정한 국가계약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가 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한 판결(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①입찰절차에서 국가계약법령이나 입찰규정에 위배되는 하자가 있을 경우, 곧바로 하자 있는 해당 입찰을 무효로 보는 것이 아니라, ②그 하자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명백한 경우 등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그 절차에 관하여 규정한 국가계약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입찰이 무효가 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당해 입찰절차를 무효로 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논리적으로 보면, 먼저 ①문제가 된 계약담당공무원의 입찰절차 진행에 법령 등에 위배되는 어떠한 하자나 위법이 있는지를 우선 판단하고, ②만일 하자나 위법이 없다면 그 입찰절차는 정당한 절차진행으로서 문제가 없는 것이고, ③하자가 있다면 다음 단계로 그 하자나 위법이 입찰을 무효로 하여야 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를 평가하는 순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라. 각 사례별 입찰무효 여부 판단구조
이러한 기준에 따라 사안을 분석해 보면, 첫째 어느 입찰자에 대해 입찰공고에서 정한 입찰무효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계약담당공무원이 해당 입찰자의 입찰을 무효로 한 경우, 이러한 계약담당공무원의 행위는 입찰기준에 따른 정당한 조치에 해당된다.비록 계약담당공무원이 위 입찰을 무효로 함에 있어 중대명백성 여부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더라도 계약담당공무원의 입찰절차 행위에는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당해 입찰은 하자 자체가 없어 무효로 평가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대법원 2013마2088 결정 참고). 이 경우 입찰무효 처리가 된 입찰자는 자신에게 입찰무효 사유가 없음을 주장하여 다투어야지, 입찰무효 사유는 있지만 입찰을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명백한 하자가 아니라고 다투는 것은 실익이 없을 수 있다.
둘째, 어느 입찰자에 대해 입찰공고에서 정한 입찰무효 사유가 있음에도 당해 입찰을 무효로 하지 않고 그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한 경우, 이러한 계약담당공무원의 입찰절차 행위에는 입찰기준에 반하여 낙찰자를 선정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하자 있는 입찰행위를 무효로 볼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대법원이 설시하고 있는 것처럼,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그 절차에 관하여 규정한 국가계약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다시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다33604 판결 참고). 이 경우 차순위 입찰자로서는, 선순위 입찰자에게 입찰무효 사유가 있다는 점만을 주장하는 것으로 부족하고, 이러한 입찰무효 사유가 있음에도 선순위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한 하자가 입찰의 공정성 등을 해하는 중대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주장 · 증명을 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낙찰자로 선정된 자에 대해 입찰무효 사유가 없음에도 입찰무효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당해 입찰을 무효로 한 경우, 이러한 계약담당공무원의 입찰절차 행위는 당연히 하자 있는 행위로 평가될 것이다. 그리고 적법하게 선정된 낙찰자에 대해 입찰무효 사유가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여 그 낙찰자 선정을 무효로 한 하자는 일반적으로 중대명백한 하자로서 무효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대법원 94다41454 판결 참고).
3. 결론
종합하면, 사적자치의 원칙이 적용되는 입찰 절차에서, 입찰무효 사유를 정하여 공고하고, 입찰자 역시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입찰에 참여한 경우, 낙찰자 결정 이후라도 입찰무효 사유가 있음이 확인되면, 사적자치의 원칙상 계약담당공무원은 낙찰자 결정을 무효로 하고 제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재입찰을 진행하거나 또는 차순위자를 낙찰자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약담당공무원의 이러한 입찰절차 진행에 대해 다툼이 생겨 그 행위가 무효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먼저 계약담당공무원의 이러한 행위에 하자 내지 위법이 있는지를 판단하여, 만일 실제 입찰무효 사유가 있음이 인정된다면 계약담당공무원의 낙찰자 결정 무효 조치는 하자가 없는 정당한 조치에 해당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만일 입찰무효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찰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여 낙찰자 결정을 취소한 것이라면, 계약담당공무원의 이러한 행위에는 하자가 있는 것이므로, 이 단계에서 비로소 대법원의 판례 법리인 중대명백 이론을 적용하여, 그 하자가 해당 입찰을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김창화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chwkim@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