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5월 30일 검사 시절 작성했던 구속영장청구의견서 사본을 외부에 유출했다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선규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1부장검사에 대한 상고심(2024도3308)에서 김 전 부장검사의 상고를 기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전주지검 검사로 재직하던 2014년 11월 사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작성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의견서 사본을 2015년 2월경 검찰에서 퇴직한 후에도 본인의 변호사 사무실에 계속 보관하다가 친구인 A변호사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사기 사건 관련 고발 대리 업무를 맡았던 A변호사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B씨와 관련해 정리된 자료가 있으면 달라고 요청했다.
유출된 구속영장청구의견서 사본에는 B씨의 범죄 혐의를 비롯하여, B씨가 범죄로 취득한 재산을 해외로 반출하거나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 등을 소명하기 위해 주주명부, 부동산 등기부등본, 은행거래내역서, 통장 사본, 진술서 등 각종 증거서류들을 스캔하여 편집한 내용이 실려 있어 B씨 외에도 참고인 19명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다수 기재되어 있었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구속영장청구의견서 사본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인정, 김 전 부장검사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관련, "서류의 원본이 아니라 전자복사기를 사용하여 복사한 사본이 증거로 제출되었고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하는 데 부동의한 경우 위 서류 사본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서류 원본을 법정에 제출할 수 없거나 그 제출이 곤란한 사정이 있고 원본이 존재하거나 존재하였으며 증거로 제출된 사본이 이를 정확하게 전사한 것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5도2275 판결 참조)"고 전제한 후,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어 "이 사건 구속영장의견서 사본은 정보주체별로 실명 및 관련 정보들이 기재돼 있으므로 개인정보 보호법이 정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각 정보주체가 공개하지 아니한 정보들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설령 피고인 주장과 같이 일부 개인정보가 공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거나 이를 누설하는 것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유죄를 인정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59조 2호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71조 9호).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죄의 성립, 문서 사본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구속영장의견서 사본을 건네받은 A변호사도 함께 기소되었으나 영리 목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1∼3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경우 영리 목적이 있어야 처벌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