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10명 중 8명 '자녀 계획 없다'
변호사 10명 중 8명 '자녀 계획 없다'
  • 기사출고 2024.05.3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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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변호사 설문조사

변호사 10명 중 8명은 '장래에 자녀 계획이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MZ세대로 불리는 1980년도 이후 출생 변호사가 전체 변호사 29,440명(2023. 12. 31. 기준)의 절반을 넘긴 뒤 처음 집계된 결과로, 응답률의 변화를 통해 저출산 시대라는 것이 여실히 확인되었다. 장래 자녀를 낳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2018년 설문에서는 장래 자녀를 낳을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51%, 없다는 응답이 49%로 비슷하게 나타났었으나 2023년 설문에 따르면 80.2%가 자녀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대한변협이 5월 27일 변호사의 일 · 가정 양립과 근무환경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변협이 5월 27일 변호사의 일 · 가정 양립과 근무환경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변협(협회장 김영훈)은 5월 27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MZ세대 변호사의 근로환경과 일 · 가정양립 실태조사 보고 및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지난해 11월 전국 변호사 28,94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남성 478명, 여성 381명 등 860명의 변호사가 응답했으며, 응답률은 2.97%다.

근무경력 10년차 미만 71.5%

응답자의 근무경력은 10년차 이상이 28.6%로 가장 많았고, 3년~5년 미만이 22.8%, 7~10년 미만이 18.6%, 5~7년 미만이 17.1%, 3년차 미만이 13% 순으로 나타났다. 10년차 미만의 저년차 변호사들이 이 설문조사에 관심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변협은 조사대상자를 모집단에 기초하여 표본을 구성하지 않고 회수된 설문지를 기준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분석 결과가 남녀변호사 전체를 대표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남녀변호사를 대상으로 일 · 가정 양립 및 근무환경과 관련한 조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한 의미 있는 조사결과라고 소개했다.

자녀를 출산한다면 우려되는 사유(복수응답, 3개까지 가능)는 자녀양육 및 교육비에 대한 부담(63.2%), 대리양육자 조달문제(58.6%), 직업적 특성상 육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의 부족(491명/57.4%), 노산의 위험성(32.7%), 직업에서 오는 육체적 · 정신적 스트레스(25%), 건강상의 문제(15.5%) 순으로 나왔다. 기타 응답(1.4%)으로는 "여성이 임신 · 출산 · 육아하는 경우 커리어상 받는 불이익이 너무 많음, 자녀 1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 생각이 없음, 자녀 양육을 위한 휴가 등을 사용하지 못함, 기존 직장에서 출산, 육아휴직 보장을 못 받고 그만두어야 하는 현실" 등이 있었다.

10명 중 4명, 정신적 스트레스 호소

변호사들은 31.0%가 업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응답하고, 8.4%가 매우 심하다고 응답하는 등 전체 응답자의 39.4%가 업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공공기관 재직자는 13.3%, 사내변호사는 20.8%가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응답한 반면, 대형로펌은 57.9%, 중소형로펌은 43.3%가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응답하여 로펌 업계 종사자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타 직역 대비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변호사들은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원인으로 과중한 업무량(전체 응답자의 51.5%), 의뢰인 및 판검사로부터의 재판과 관련한 요청 및 불만사항(전체 응답자의 51.4%), 전문지식습득 및 학업 등 자기개발 시간의 부족(전체 응답자의 47.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과도한 근무시간(야간 및 휴일 근무)(전체 응답자의 28.6%), 인적 네트워크의 부족(전체 응답자의 26.3%), 출산 및 휴가제도 미비와 위반(전체 응답자의 13.6%), 직장 내 성차별과 교육, 연수, 승진에서의 불균형(전체 응답자의 3.9%) 순으로 스트레스 원인을 제시했다. 그 밖에도 업무 진행 시 내부 커뮤니케이션 문제, 업무(사건) 결과에 대한 압박, 변호사 업계의 시장 포화와 부정적 전망 등을 이유로 들었으며, 사내변호사의 경우 회사 내 사내변호사에 대한 역차별이나 그 지위에 따른 부담감, 타 사업부와의 갈등 등을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응답하기도 하였다. 대체로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하여 근무강도가 높아 개인 여가시간을 갖지 못하는 데에 기인한 원인이 큰 것으로 보이고, 변호사 업무 수행에 따르는 대내외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도 상당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변호사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할까? 그렇다는 응답이 23.0%, 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6.4%로 전체 응답자의 29.4%가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0.9%,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2.0%로 전체 응답자의 32.9%는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대형로펌, (합동)법률사무소, 중소형로펌 재직자의 경우 각 8.3%, 15.0%, 24.8%가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이는 사내변호사(50.3%)나 공공기관 재직자(46.7%)의 경우보다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로펌 업계 재직자의 경우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자신이 소속된 조직에서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응답한 인원은 전체 응답자의 61.3%였다. 사내변호사와 공공기관 재직자는 각 94.8%, 90.0%의 응답율을 보였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는 조직의 경우, 응답자의 약 34.6%가 제도 시행 이후 가족이나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하였다.

유연근무제 가장 선호

변호사들은 일 · 가정의 양립을 위해 직장에서 적극적으로 시행되기를 원하는 제도로 유연근무제(43.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남성의 육아휴직제도(31.2%), 남녀근로자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28.5%), 직장 어린이집 운영(25.3%), 여성의 육아휴직제도(20%), 남성의 배우자출산휴가제도(16.8%), 여성의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11.8%), 여성의 출산전후휴가제도(10.2%), 남녀근로자의 난임 휴가제(8.6%)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변호사의 수입만족도 조사에선, 현재 수입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19.8%(매우 그렇다 1.7%, 그렇다 18.0%), 보통이라는 응답이 40.5%,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39.3%(그렇지 않다 30.2%, 전혀 그렇지 않다 9.1%)였다. 근무형태별로 살펴보면, 대형로펌의 경우 대체로 수입에 만족하였으나(보통이다 42.1%, 그렇다 38.8%, 매우 그렇다 5.8%), 중소형로펌, 사내변호사, 공공기관의 경우 수입에 만족하지 않는 응답자가 각 43.6%, 47.4%, 53.3%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대형로펌의 경우 응답자의 95% 이상이 연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얻고 있으며, 중소형로펌은 과반수가 연 5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수입을 올리고, 사내변호사의 경우는 과반수가 연 8천만원 이상 1억 5천만원 이하의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변협은 "변호사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50시간 이상인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34.4%로 조사되어 타 업종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고, 특히 로펌 업계의 경우 주중 3회 이상의 시간외 근무(50.6%) 등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이러한 초과근무에 대해 변호사가 추가수당을 지급받는 비율은 거의 미미(로펌 및 법률사무소 약 17.5%, 단, 공공기관 65.5%, 사내변호사 49.7%)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변호사는 수입에 비해 과다한 업무량을 감당함으로써 업무상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바, 변호사의 업무만족도 향상 등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변호사 업무 수준에 맞는 수입이 보장되는 법조 시장의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