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교사의 발언을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교사에 대한 징계의 근거로도 쓸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9부(재판장 김국현 법원장)는 5월 20일 서울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88590)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원고의 비위행위 정도에 비하여 징계가 너무 과하다"며 3개월의 정직 처분을 취소했다.
A씨는 2018년 전학 온 B에게 수업 중 "B는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학교 다닌 거 맞아?" 등의 말을 해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B의 부모는 B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킨 후 A의 이같은 발언을 녹음했고, 그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했다.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A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형사재판 1 · 2심에서 유죄의 근거로 인정되었으나, 대법원이 지난 1월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데 이어 이번에 서울행정법원이 녹음파일 등을 징계처분의 근거로도 쓸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먼저 "공개된 교실에서 여러 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 한 원고의 발언은 교사가 학생에 대한 지도 · 교육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정당한 훈육 수준을 넘어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이 징계절차에서 직접 증거로 사용되지는 아니하였으나 원고가 징계사실을 인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하고, "공개되지 아니한 사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도록 하고 그 대화내용을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 제2항, 제4조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분명히 배제하지 않은 채 그 존재와 내용을 참작하여 이루어진 징계양정은 그 자체로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수업시간 중 B의 수업 태도를 지적하여 이를 개선하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자 하였다고 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평소 학생들의 수업 및 생활 태도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한 원고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의 편지, 탄원서를 제출하였다"고 지적하고,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은 원고의 비위행위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징계처분이 형사소송 진행 경과를 보기 위해 보류되었다가 1심 판결이 선고된 후 이루어졌고, 징계양정에 1심 형사판결의 양형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데, 1심 형사판결의 양형은 그 후 감경되는 등 그대로 유지될 수 없음이 드러났다"며 형사재판의 판결 결과도 참고했다.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형사소송의 1심 선고형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러나 항소심은 형량을 줄여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고, 상고심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