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DB)는 대체로 창작성이 없어 저작물이 아니라고 보고 예외적으로 편집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대상으로 삼았으나, 2003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독자적으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가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이 되었다. 저작권법 제93조 제1항은 "데이터베이스제작자는 그의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 · 배포 · 방송 또는 전송(이하 '복제 등’이라고 한다)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는 제1항에 따른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으로 간주되지 아니한다. 다만,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 또는 그 상당한 부분에 이르지 못하는 부분의 복제등이라 하더라도 반복적이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함으로써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일반적인 이용과 충돌하거나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의 복제등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저작권법 제93조 제2항 단서에서 말하는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양적인 측면에서 복제 등이 된 부분을 전체 데이터베이스의 규모와 비교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복제 등이 된 부분에 포함되어 있는 개별 소재 자체의 가치나 그 개별 소재의 생산에 들어간 투자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제작자가 그 복제 등이 된 부분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 · 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제반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4월 16일 타사가 개발한 EMS 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를 무단으로 복제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유 모(52)씨에 대한 상고심(2023도17354)에서 유씨의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유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MS 프로그램은 건설공사 원가계산에 사용되는 건축, 토목, 기계 등 건설분야별 기능을 통합한 내역관리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으로, 건설공사 표준품셈(정부고시가격), 물가정보 등의 수만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작동한다.
유씨는 프로그램 개발자를 고용해 A사가 제작해 판매 중인 EMS 프로그램을 모방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A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A사의 EMS 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를 복제한 다음 2018년 1월 중순경부터 2018년 2월경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의 이용권과는 별개로 복제된 EMS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의 6개월 사용권을 12만원에 판매하는 등 일정한 대가를 받고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해 영리를 목적으로 A사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복제권을 침해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됐다.
1, 2심과 대법원 모두 유씨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는, ①피해자의 데이터베이스는 크게 '자재'와 '일위대가'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해자는 '자재'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하여 각 분야의 전문 직원을 고용하여 조달청, 대한건설협회 등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매월 업데이트하였고, 그중 일부 자료는 유료로 구독하였으며, 피해자는 '일위대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하여, 각 분야별 전문 직원으로 하여금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 표준품셈 자료 등을 모아 조합, 해석, 적용하는 별도의 작업을 거쳐 일위대가 작성에 필요한 수식과 숫자 등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게 하는 등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하였다. ②피해자의 데이터베이스는 저작권법상 개별 소재에 해당하는 공공데이터 등을 단순히 수집하여 나열한 것이 아니라 관련 해석을 거쳐 체계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제작된 것이다. ③피고인은 데이터베이스 작업기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피해자 데이터베이스를 피고인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데이터베이스에 그대로 복제하여 사용하였는데, 감정 결과 피고인 데이터베이스는 피해자 데이터베이스와 '테이블 이름 유사도 90%', '스키마 유사도 98.2%', '데이터 유사도 90.4%'에 이른다. ④피고인은 피해자 데이터베이스의 양적 또는 질적으로 상당한 부분을 복제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공소사실 중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복제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