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담보신탁 방식으로 진행된 Bridge Loan 사업과 관련하여, 신탁회사가 시행사의 기한이익 상실로 후순위 대주의 요청에 따른 공매절차를 개시했다. 공매 절차에서는 최종적으로 최저매각가격이 감정평가금액 대비 33% 정도까지 하락하였으나 결국 공매가 유찰되었다. 그러자 선순위 대주가 위 최저매각가격을 시작 가격으로 하여 다시 공매절차를 진행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새로 개시된 공매절차에서는 여덟 번의 입찰 회차를 거쳐 최저매각가격이 감정평가금액 대비 62% 정도까지 하락할 예정이었다. 이러한 금액으로는 후순위 대주가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는 상황.
후순위 대주는, '최저매각가격을 포함한 공매의 세부조건'은 대출약정상 다수 대주(잔여 원리금의 2/3)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다수 대주의 동의 없이 새로운 공매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후순위 대주의 우선수익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한편 PF대주단 협약상 자율협의회의 소집이 통보되었으므로 선순위 대주가 요청한 공매절차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매절차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사건에서 신탁회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은 (i)신탁계약상 공매가격은 직전 공매 예정가액의 10% 범위 내에서 차감하도록 정하는 등 공매의 절차 및 방법은 이미 신탁계약에 규정되어 있고 이와 달리 최저매각가격을 포함하여 다수 대주의 동의로 정하여야 할 공매의 세부조건이 따로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ii)대출약정 및 신탁계약상 개별 대주들이 담보권 실행에 관한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iii)PF대주단 협약은 그 법적 성격이 사적 협약에 불과하고 상설협의회에 가입서나 확약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대주단과 신탁회사에게는 PF대주단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4월 29일 법무법인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여 (i)대출약정에서는 '담보권의 실행에 관한 사항은 각 대주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신탁계약에서는 우선수익자는 '개별 단독으로 신탁부동산의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ii)신탁계약에서는 공매예정가격의 결정에 관하여 구체적인 산정방법을 정하고 있을 뿐 산정된 가격에 관하여 우선수익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 점, (iii)최저매각가격 결정에 우선수익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한다면 개별 대주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담보권 실행에 관한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취지가 몰각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후순위 대주의 주장을 배척했다. 아울러 (iv)PF대주단 협약은 그 법적 성격이 사적인 약정으로 그 당사자가 아닌 금융기관까지 위 협약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 후순위 대주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용희 변호사는 "이 사건은,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라 선순위, 후순위 대주 사이에서 담보권 실행을 두고 이해관계가 대립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순위 대주의 요청에 따른 공매절차 진행이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한 사례"라며 "신탁법상 수익자가 여럿인 신탁에서는 수익자 의사는 수익자의 전원 동의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신탁행위로 이를 달리 정할 수가 있고, 이 사건에서는 신탁계약에 담보권 실행에 관한 의사결정을 달리 정함으로써 선순위 대주(수익자)가 후순위 대주(수익자)의 동의 없이도 신탁부동산에 대한 공매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신탁계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의미 있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