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집행정지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되나 의대증원 막대한 지장 초래 우려"
[행정] "집행정지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되나 의대증원 막대한 지장 초래 우려"
  • 기사출고 2024.05.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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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부산대 의대생 집행정지 신청 기각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춰달라는 의대생 등의 집행정지 신청이 1심에 이어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의대 정원 증원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전공의와 의대생 등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의료대란의 위험이 해소될 수 있을까 우려된다.

이 사건의 항고심(2024루1184)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5월 16일 서울대 의대 교수 4명, 연세대병원 전공의 3명, 의대 준비생 6명 등의 집행정지 신청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단, 신청을 각하했다. 신청인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부산대 의대 재학생 5명에 대해선,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 설립 · 운영 규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의대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되어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신청인 적격을 인정했으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의 상대방은 보건복지부장관과 교육부장관.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장관이 2024. 2. 6. 발한 2025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증원하겠다는 증원발표와 교육부장관이 2024. 3. 20. 발한 2025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배정을 묶어 전체로서 처분성을 인정하고, 행정소송법 23조의 집행정지 요건에 따라 인용 여부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신청인 적격을 인정한 부산대 의대생들의 신청과 관련, 의대생인 신청인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라 할 것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본안이 계속되고 있는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하여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집행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행정소송법 23조의 집행정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①의대교육은 실습 등이 필요한 사정상 상당한 인적 · 물적 설비가 필요하여 일반적인 대학교육과 다른 특수성이 있는 점(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 설립 · 운영 규정 등 참조), ②전국의 거의 모든 의대들이 지금 당장 2,000명이 증원되면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의대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는 점, ③거점 국립대학들이 증원 범위 내에서 모집인원을 축소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건의하였고, 피신청인측(정부) 역시 이를 수락한 점, ④이에 따라 실제로 2025학년도 모집인원이 약 1,500명 수준으로 결정될 예정인 점, ⑤만일 의대생들이 과다하게 증원되어 의대교육이 부실화되고 파행을 겪을 경우 의대생들이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제대로 된 의학 실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집행정지의 또 하나의 요건인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과 관련,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 · 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며 신청인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①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의 질 자체는 우수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곳에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필수의료 · 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점, ②이러한 상황을 단지 현재의 의사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이고, 결국 그 구체적인 규모나 속도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필수의료 · 지역의료의 회복 · 개선을 위한 기초 내지 전제로서 의대정원을 증원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③이에 지난 정부에서도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였으나 번번이 무산되었는데, 비록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현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위하여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 왔고, 그 결과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된 점, ④이 사건 처분은 물론 의대증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정부는 이와 함께 향후 의사인력의 수급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그 증원 규모를 일부 수정할 수 있음을 밝혔는바, 만일 현재의 증원규모가 다소 과하다면 향후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또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중대한지의 여부는 절대적 기준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신청인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공공복리' 양자를 비교 · 교량하여, 전자를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상대적 ·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1. 2. 28.자 2000무45 결정)고 지적하고, "의대생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전자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결국 이 사건 신청은 집행정지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편 "부산대 의대생 신청인들의 신청과 관련하여 위와 같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신청을 기각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신청인들의 당초 계획에 따라 의대정원을 2025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보호되는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도 없지 않고, 헌법 제31조는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 · 전문성 ·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여 대학측의 자율성을 확고하게 보장하고 있는데, 의과대학의 인적, 물적 시설 등 의대생들의 학습 환경과 관련한 사항은 대학측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피신청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거점국립대학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분의 50% 내지 100% 범위 내에서 모집인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며 "향후 2025년 이후의 의대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함에 있어서도 매년 대학측의 의견을 존중하여 대학측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의료계는 항고심 결정해 불복해 대법원에서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고심에서도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내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의대증원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 찬종이 1심에 이어 신청인을 대리했다. 피신청인들은 정부법무공단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