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양상윤 부장판사)는 4월 26일 A씨가 "기획재정부에 제출된 보건복지부의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산요구서를 공개하라"며 기획재정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2022구합68046)에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5월 기획재정부에 '2021. 5. 31.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된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정부 5개 부의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산요구서'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보건복지부의 예산요구서에 대해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가 정하고 있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는 '감사 · 감독 · 검사 · 시험 · 규제 · 입찰계약 · 기술개발 ·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 ·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가 비공개 대상 정보로서 규정하고 있는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란 정보공개법 제1조의 정보공개제도의 목적과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의 규정에 의한 비공개 대상 정보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비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을 비교 · 교량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7두69892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제출된 보건복지부의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산요구서는 각 세부사업별로 '1. 사업개요, 2. 요구내용, 3. 검토의견, 4. 중기 재정 소요전망, 5. 관련 도면 또는 사진, 6. 고용에 미치는 영향, 7. 고려사항'이라는 목차에 따라 작성되어 있다. 그 중 핵심적인 내용들이 기재되어 있는 ㉠'1. 사업개요' 부분에는 사업의 기본정보, 지원근거 및 추진경위, 최근 5년간 예산반영 추이, 최근 5년간 이 · 전용, 이월 · 불용실적 및 집행률 등이 기재되어 있고, ㉡'2. 요구내용' 부분에는 요구방향 및 지원필요성, 세부 요구내용, 금년 대비 달라지는 요구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으며, ㉢'3. 검토의견' 부분에는 각 세부사업의 각 세부 요구내용과 관련된 2020년도 예산 및 결산, 2021년도 본예산 및 추경, 2022년도 예산안 요구내용을 비교한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다. 나아가 ㉣'4. 중기재정 소요전망' 부분에는 각 세부사업의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이 기재되어 있고, ㉤'7. 고려사항' 부분에는 국회반영내역, 외부기관 지적사항 및 평가결과, 예비타당성 조사 및 타당성재조사 등, 외국 및 민간의 사례, 연차별 투자계획, 총 사업비 관리, 사업성과 등이 기재되어 있다.
재판부는 "위 각 기재 부분의 구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전에 유출됨으로써 투기 등이 이루어질 염려가 있는 사업예정지 정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정보, 해킹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정보 등은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가 정하고 있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각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보건복지부의 2022년도 예산요구서(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예산요구서 내 사업 추진 등의 공정한 수행에 객관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예산요구서의 부실화, 보여주기식 무분별한 예산 요구 및 피고에 대한 민원이나 압력의 증가 예상, 검토기간의 증가 및 업무과중' 등 피고가 주장하는 그 밖의 사정들은 현 단계에서는 막연한 추측 내지 가능성에 불과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이 사건 정보의 공개로 인하여 기획재정부 내지 보건복지부의 예산 편성에 관한 업무 등의 공정한 수행에 객관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정보의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예산 편성에 있어서 국민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하고, 예산 편성의 공정성, 객관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는 순기능도 있으므로, 정보의 공개를 통한 이익이 비공개로 인한 이익보다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국가재정법 제9조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세입 · 세출예산 운용상황을 공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승수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