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산계약 계약금액 확정 기준 제시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제작된 K2전차 엔진 개발에 참여한 HD현대인프라코어가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약 345억원의 정산금을 받게 됐다.
대전고법 민사1부(재판장 신동헌 부장판사)는 5월 1일 HD현대인프라코어가 "K2전차에 탑재된 1,500마력 전차 엔진 개발 과정에서 투입된 원가비용 중 미지급 정산금액을 지급하라"며 국방과학연구소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3나10120)에서 "국방과학연구소는 HD현대인프라코어에게 (1심 판결보다 196억 4,600여만원이 늘어난) 345억 2,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K2전차 엔진 개발에 관한 계약을 맺고 2014년 11월까지 엔진 시제품을 납품한 HD현대인프라코어는 K2전차 엔진 개발 비용을 정산해달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 국방과학연구소는 148억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으나, 이번 항소심 판결로 약 196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정산받게 된 것이다. 승소금액 345억원은 소송 중 다툼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지체상금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사실상 청구한 금액 대부분이 인정된 결과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K2전차 엔진 개발에 관한 계약은 정확한 개발비용을 알 수 없는 방산 연구개발의 특성상 실제 소요된 비용의 원가자료에 근거해 계약이행 후 계약금액을 확정하는 일반개산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방과학연구소는 확보한 예산 범위의 상한으로 계약금액이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계약금액은 정산원가 기초로 산정
항소심 재판부는 "K2전차 엔진 개발에 관한 계약(이 사건 계약)의 계약금액은 방산물자의 원가 계산에 관한 규칙 등에 따라 정산원가가 산정되면 그 정산원가를 기초로 하여 정해진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이와 달리 피고의 확보예산 범위가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금액 상한이 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HD현대인프라코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에 관하여 개산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한을 두지 않을 경우 업체의 자발적인 원가 절감에 대한 유인이 없고, 오히려 원가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업체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상한에 대하여 구체적인 금액을 특정하지 않은 이 사건 계약에서 피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확보한 예산의 범위를 그 상한으로 설정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원가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업체의 도덕적 해이는 업체가 제출한 원가자료를 철저히 검증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또 "원고는 이 사건 개발사업을 수행하면서 피고가 연도별 확보한 예산의 범위 내에서만 선급금을 신청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는 이를 근거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금액 상한이 확보한 예산 범위 내임을 전제로 이 사건 개발사업을 수행하여 왔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연도별로 선급금을 확보함에 따라 원고가 그에 맞추어 선급금을 신청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금액 상한이 피고가 확보한 예산의 범위 내라는 점을 인식하고 위와 같이 선급금을 신청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계약기간 연장에 따른 정산원가도 지급 의무 있어"
재판부는 정산원가와 관련해서도, "원고와 피고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각 수정계약을 통해 계약기간을 2014. 11. 30.까지로 연장하였고, 계약기간을 연장함에 있어 특별히 그에 따른 비용에 관해 합의를 한 바 없으며, 피고 측이 계약기간 연장 이후 개발비용이 정산원가에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의 통보를 한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특수조건 제20조 사.항에 따라 계약기간 연장으로 인하여 발생한 직접 및 간접 노무비, 직접 및 간접 경비, 일반관리비 등에 대한 정산원가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계약기간이 연장된 것에 원고에게 일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개발사업 중 시제개발, 시험용 부품, 시험평가 용역, 기술자료, 종합군수 지원요소, 동영상 교보재, 성능입증시험용 시제(제조), 성능입증시험용 시제(용역)의 계약기간 연장에 따른 직접 및 간접 노무비, 직접 및 간접 경비, 일반관리비 등에 대하여 피고가 정산금의 지급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시험평가용 엔진에 대하여는 각 수정계약을 통해 계약기간이 연장된 바 없고, 2009. 7.경 구동분야 설계 미흡으로 인한 구동장치 손상, 2009. 12.경 엔진 보호기능 설정 미흡으로 인한 엔진 본체 파손은 원고의 설계 미흡으로 발생한 것으로, 그 부분에 대하여 원고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도 시험평가용 엔진에 대하여는 지체상금을 부과하였다"며 "시험평가용 엔진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인 2010. 12. 11.부터 시험평가용 엔진의 납품을 완료한 날까지 발생한 직접 및 간접 노무비, 직접 및 간접 경비, 일반관리비 등에 관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정산원가에 따른 정산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 계약은 당초 계약기간이 2010. 12. 10.까지였으나 7차에 걸쳐 각 수정계약이 체결되면서 그 계약기간은 2014. 11. 30.까지로 연장되었다. 특수조건 제20조 사.항에 의하면 재료비(시제개발, 시험평가, 계측장비, 금형비, 시험용부품)는 업체투자비로 원고가 부담하고, 재료비를 제외한 직접 및 간접 노무비, 직접 및 간접 경비, 일반관리비 및 이윤 등의 정산원가는 피고가 부담하기로 되어 있다.
당초 시제계약에서 정한 계약금액은 333억 3,000만원. 재판부는 원고가 구하고 있는 정산금 72,784,709,915원에서 시험평가용 엔진 추가집행분 4,891,058,359원을 제외하고, 원고가 이미 지급받았음을 자인하고 있는 31,878,000,000원을 공제한 36,015,651,55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의 시험평가용 엔진의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493,521,344원을 공제해 피고는 원고에게 정산금으로 34,522,130,212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1심에 이어 HD현대인프라코어를 대리한 화우의 박재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개산계약으로 체결되는 방산계약에서 정산원가에 의해 계약금액을 확정 짓는 원칙과 기준을 명료하게 제시한 판결"이라며 "K2 전차의 엔진 개발에 성공한 HD현대인프라코어의 노력과 헌신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피고 측은 1심은 정부법무공단, 항소심은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