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유류저장시설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오염된 서울 용산 녹사평역 부지와 주한미군 캠프 킴 부지의 지하수를 정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출한 비용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송승우 부장판사)는 4월 5일 서울시가 "지하수 정화비용 6억 6,6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2023가합55199)에서 "국가는 서울시에 6억 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시는 이에 앞서 녹사평역 부지와 킴 기지의 부지였던 부분에 대해 소유권보존 내지 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주한미군의 유류저장시설에서 유출된 유류로 오염된 이 토지들의 지하수 정화에 관하여 2006년 이후 비용을 지출할 때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모두 그대로 확정되었다. 서울시는 2022년 2월경 다시 한국농어촌공사에게 위 지하수 정화 용역을 맡기고 용역대금으로 모두 666,637,060원을 지급한 뒤 국가를 상대로 위 용역비용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22년 12월경까지 지하수를 양수하여 처리하는 등 지하수 정화 용역을 수행했다.
국가는 "지하수 정화 용역에 관한 책임은 외교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로서 사법자제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바, 동일 취지의 소를 반복하여 제기하는 것은 소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본안 전 항변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설령 피고 주장과 같이 지하수 정화 용역에 관한 책임이 외교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해결의 일방 당사자인 피고가 당사자도 아닌 원고를 상대로 소권남용을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신의칙에 반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위 용역비용을 임의로 지급하지 않는 이상 원고로서는 비용 지출로써 현실적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소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은 본안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 할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92312, 92329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합계 666,637,06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종전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명한 것처럼 이 소송에서도 원고의 청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의 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 2조 1항은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아메리카합중국군대(이하 '합중국 군대'라 한다)의 구성원, 고용원 또는 합중국 군대에 파견 근무하는 대한민국의 증원군대 구성원이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정부 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2항은 "1항은 합중국 군대 또는 합중국 군대에 파견 근무하는 대한민국의 증원군대가 점유 · 소유 또는 관리하는 토지의 공작물과 그 밖의 시설 또는 물건의 설치나 관리의 하자로 인하여 대한민국 정부 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