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전세금 돌려준다고 속여 임대 준 오피스텔 비밀번호 알아낸 임대인, 사기 무죄
[형사] 전세금 돌려준다고 속여 임대 준 오피스텔 비밀번호 알아낸 임대인, 사기 무죄
  • 기사출고 2024.04.1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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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오피스텔 점유권은 사기죄 객체인 '재산상 이익' 아니야"

A씨는 2018년 3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자신 소유의 오피스텔에 대해 임대차보증금 1억 2,000만원, 임대차기간 2018. 4. 27.부터 24개월간으로 정해 B씨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B씨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1억 2,000만원을 송금받았다. A씨는 이후 B씨와 계약기간을 2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가 2020년 8월 중순경 B씨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B씨는 2020년 9월 11일 오전 위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짐을 빼내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A씨는 9월 11일 임대차보증금 1억 2,000만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B씨에게 전화로 "1일 이체 한도가 5,000만원이어서 임대차보증금 1억 2,000만원을 한 번에 송금하는 것이 어려우니 일단 오늘 5,000만원을 송금해주고 나머지 7,000만원은 2020년 9월 14일 은행에 가서 송금해주겠다. 곧바로 새로운 임차인이 위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기로 했으니 위 오피스텔을 관리해주는 공인중개사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는 취지로 말하고 B씨에게 5,000만원을 송금했다. 이에 B씨가 공인중개사에게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려주어 새로운 임차인이 위 오피스텔로 이사를 왔다.

그러나 사실 A씨는 1일 이체 한도 문제로 B씨에게 1억 2,000만원을 한 번에 송금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고, 당시 별다른 수입이 없어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고수익 투자를 빙자하여 투자금을 교부받아 이를 기존의 차용금 채무, 카드 대금 채무 변제 등에 지출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위 오피스텔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1억 2,500만원을 송금받아 그 중 약 5,000만원은 기존의 차용금 채무, 연체된 카드 대금 채무 변제에 지출할 계획이었으므로 B씨가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려주더라도 약속한 대로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검사는 B씨를 기망하여 B씨로부터 위 오피스텔에 관한 점유권을 편취했다며 사기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오피스텔은 A씨 소유여서 오피스텔 자체는 '타인이 점유하는 자기 소유 물건'에 해당하여 사기죄의 객체가 되지 않고, 이러한 이유로 검사가 '피해자의 오피스텔 점유권'을 사기죄의 객체로 구성하고 기소한 것이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B씨에 대한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그러나 3월 12일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17200).

대법원은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과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범죄로서, 재물을 점유하면서 향유하는 사용 · 수익권은 재물과 전혀 별개의 재산상의 이익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재물에 대한 사용 · 수익권은 형법상 사기죄에서 보호하는 재산상의 이익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1도9399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피해자 B가 피고인으로부터 임차한 오피스텔을 점유하며 이를 사용 · 수익하다가 추후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피고인의 말에 속아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않고 오피스텔의 점유권을 피고인에게 이전하였더라도 사기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하였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