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검사가 기소 후 고소인 측으로부터 뇌물…기소 유효, 형량은 1년 감형
[형사] 검사가 기소 후 고소인 측으로부터 뇌물…기소 유효, 형량은 1년 감형
  • 기사출고 2024.04.0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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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건 내용 · 증거 따져 기소 정당하면 위법 · 무효 아니야"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죄로 구속기소되어 징역 3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된 후 검사가 기소 후 자신을 고소한 고소인 측으로부터 뇌물과 접대를 받아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그러나 검사가 뇌물죄로 처벌받은 사실만으로 수사 · 기소 등 모든 행위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유죄를 인정하고, 다만 피해자가 피고인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피해 회복을 받기 위해 검사에게 뇌물을 공여한 점은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며 형량만 1년 줄였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는 2023년 7월 14일 A씨가 제기한 재심사건(2021재노41)에서, "피고인을 기소한 검사가 피해회사의 사주 B가 고소한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등을 기소한 바로 다음날(2008. 5. 8.)부터 뇌물을 받기 시작한 점과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뇌물범죄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기소 전 수사과정에서부터 검사와 B 사이에 뇌물에 관한 의사 전달이 있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검사가 뇌물을 받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B가 부정한 의도로 뇌물을 공여하고 검사가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하더라도, B 등의 진술이나 검사가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및 신빙성 판단에 있어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야 함은 별론으로 하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 절차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공소기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서울고법 재판부는 "검사가 뇌물죄로 처벌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관련된 수사와 기소 등 검사의 직무행위가 모두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검사가 수행한 직무의 내용을 살펴보아 기소하지 말아야 할 사건을 기소하거나 차별기소, 누락기소 등을 한 경우에는 검사가 뇌물을 수수한 점을 고려하여 검사에게 부정한 의도가 있다고 보아 실체 판단에 나아가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건의 내용과 당시까지 수집된 증거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아 기소하는 것이 정당한 사안이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 검사의 기소 자체가 잘못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검사가 비록 사건관계인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더라도 공소제기가 위법하거나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기소함에 마땅한 사건인데도 검사가 사건관계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 없이 공소기각을 할 경우 피고인이 범행 이후 우연한 사정에 의해 면책되는 결과가 되어 실체적 진실규명을 통한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형사사법의 목표와 이념에 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그러한 경우에는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법원은 기소된 내용에 대해 실체 판단에 나아가되, 심리 및 판단 과정에서 검사가 뇌물을 수수하여 수사 과정이 편향되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검사가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위법수집증거 여부)이나 신빙성(특히 객관적인 증거가 아닌 진술 증거의 경우)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부정한 목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고소인이나 고소인 측 관계자의 진술 역시 객관적인 다른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신빙성을 인정하는 데에 신중하며, 피고인에게 법정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검사의 뇌물 수수로 인하여 피고인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방지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을 구속기소한 검사는 B로부터 약 2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다만 양형에서, "피해회사는 피고인 등 관련자들을 고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형사사건을 통해 피고인 등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피해회복을 받기 위해 수사검사에게 뇌물을 공여하였는바, 이러한 점도 양형에 있어 참작할 필요가 있다"며 당초 3년 6개월이 선고되어 확정된 A씨의 형량을 징역 2년 6개월로 감형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월 12일 "원심의 판단에 공소권남용,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