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 위치한 대한상사중재원 심리실에 중견 여성 변호사 10명이 줄지어 들어섰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 율촌, 화우, 지평 등 한국의 메이저 로펌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로, 미국 로펌 커빙턴앤벌링(Covington & Burling) 소속의 정경화 변호사도 자리를 함께 했다. 시간이 곧 돈인 시니어 로펌 변호사들이 바쁜 시간을 낸 이유가 뭘까. 궁금증은 곧 풀렸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는 정경화 변호사와 함께 이날 한자리에 모인 김앤장의 김세연, 임수현, 김혜성 변호사와 조은아 외국변호사, 태평양의 이한길, 율촌의 안정혜, 박현아 변호사, 화우의 김명안, 지평의 김진희 외국변호사 모두 국제중재 전문가들로, 대한상사중재원(KCAB) 산하 여성권익위원회(Women's Interest Committee, WIC) 운영위원회 모임을 갖게 된 것이다. WIC 회장인 김명안 변호사는 "2년 전 출범한 WIC가 이번에 새로 집행부를 구성했다"며 "오늘 회의는 올 한 해의 활동계획과 다양한 발전방향을 협의하는 매우 뜻깊은 자리"라고 소개했다.
운영위원만 18명 활동
KCAB WIC는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는 여성 국제중재 변호사들의 모임이다. 국내외 로펌, 기업체에서 활동하는 사내변호사를 따지지 않고 여성 국제중재 변호사들에게 문호를 개방, 운영위원만 18명에 이른다. 또 참가 주체는 여성 변호사들이지만, WIC가 여성의 권익만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KCAB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듯이 중재 커뮤니티에서 여성 중재인들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WIC가 지향하는 활동 목표이지만, 여성 중재인과 여성 국제중재 실무자뿐만 아니라 한국 중재 커뮤니티에 지속적인 교류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출범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무엇보다도 운영위원들의 면면에서 WIC가 국제중재 커뮤니티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무게감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국제중재 실무를 주도하는 한국 주요 로펌의 간판 여성 국제중재 변호사들이 망라되어 있다.
WIC 회장으로서 운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명안 외국변호사는 2018년 화우에 합류한 이후 국제중재소송 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화우 국제중재 실무의 주역 중 한 명이고, 수석부회장인 안정혜 변호사는 율촌 국제중재 및 국제소송팀(International Dispute Resolution Team)의 공동팀장을 맡고 있다. 또 한 명의 부회장인 정경화 변호사는 한국변호사로서 외국 로펌에서 국제중재 실무를 수행하는 K-Law의 성공사례로 유명하다. 고려대 법대를 나와 제3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9기)에 합격한 정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2년 가까이 국제중재 변호사로 활동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2020년 5월부터 커빙턴앤벌링 뉴욕사무소 소속으로 국제중재와 국제소송 분야 Of Counsel로 활약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LL.M. 학위를 취득했으며, 서울대에서 국제투자법 전공으로 법학박사 과정도 마쳤다.
이외에도 ICC 국제중재법원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외국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김세연 변호사, 대한상사중재원 초대 사무총장을 역임한 임수현 변호사, WIC 초대 회장을 맡았던 조은아 외국변호사와 공격적인 변론으로 여러 국제분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며 주목받고 있는 서성진 외국변호사, 영국변호사 자격도 갖춘, 김앤장 국제중재팀의 차세대 주자 중 한 명인 김혜성 변호사 등 김앤장에서만 5명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평의 국제분쟁팀장을 맡고 있는 김진희 외국변호사는 미국 법정에 직접 나가 구두변론을 수행하는 한국 로펌의 몇 안 되는 변호사 중 한 명이다.
외국 로펌 소속, 사내변호사도 참여
이와 함께 11일 회의엔 참석하지 않았지만, 법무법인 피터앤김의 싱가포르 대표로 나가 있는 이승민 변호사와 조아라 변호사, 김앤장 국제중재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후 MS코리아 정책협력법무실장을 거쳐 넷플릭스 한국 법무총괄(Korea General Counsel)을 맡고 있는 정교화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의 김선영 변호사,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Herbert Smith Freehills) 홍콩사무소의 김다나 외국변호사도 WIC를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멤버들이다.
김명안 회장은 "WIC는 국제중재 변호사라면 로펌 소속이든 사내변호사든 연령, 국적, 국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거듭 개방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우영우 세션' 진행
WIC는 지난해 10월 미국변호사협회 국제분과(ABA ILS)가 서울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법조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한 일명 '우영우 세션'을 진행하고, 국제중재에서의 신기술 관련 분쟁에 대한 세미나를 공동주최했다. 또 로펌 소속 또는 사내변호사로 재직중인 주니어 변호사와 로스쿨 학생들을 상대로 멘토십 프로그램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김명안 회장은 "올해도 해외의 여성중재인,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와 워크숍, 후배 변호사, 로스쿨 학생들과의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멘토링 세션을 계획하고 있다"며 "WIC와 유사한 활동을 하는 전 세계의 여성중재인 커뮤니티와의 소통, 연결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의욕을 나타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