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의 미수금 등 청구(2023나2008554)를 기각하고, 위너스자산운용 측의 손해배상청구 반소(2023나2008561)를 인용한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의 핵심 판단은 KB증권이 2019년 3월 위너스자산운용 측에 해외 장내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계좌를 개설해주며 동의를 받은 해외 파생상품시장거래 총괄계좌 설정약관 14조 2항이 무효라는 것이다.
이 약관 14조 2항은 "장중에 시세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하여 고객의 평가위탁 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에는 고객에 대하여 위탁증거금의 추가예탁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필요한 수량만큼 고객의 미결제약정을 반대매매하고 예탁한 대용증권을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대매매는 일임매매…예외적으로만 허용
항소심 재판부는 "약관 제14조 제2항에 의한 반대매매는 투자중개업자가 중개 과정에서 약관에 따라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판단을 일임받아 금융투자상품을 처분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약관 제14조 제2항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위 반대매매가 투자중개업자의 일임매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제71조 제6호 단서, 같은 법 제7조 제4항에서 정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약관 제14조 제2항에 의한 반대매매는 투자중개업자인 원고가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실행되는 것으로 투자일임업으로서 실행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자본시장법 제7조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3항 제3호는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따른 결제나 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3항 제5호, 금융투자업규정 제2-32조 제2항 제1호 가목은 '투자자가 위탁증거금 또는 결제대금의 추가예탁요구를 통보받고 시한 내에 추가예탁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약관에 의하여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전제로 반대매매를 실시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여 위 각 조항이 마진콜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을 정당화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약관 14조 2항 효력 인정할 수 없어
이어 "금융투자업규정 제2-32조 제2항 제1호 나목은 '투자자의 귀책사유 또는 금융투자업자에게 책임이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추가예탁시한 이전에 투자자에게 위탁증거금 또는 결제대금의 추가예탁요구를 하지 못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 규정은 추가예탁시한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1항 제2호에서 이미 이와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또한 마진콜 없이 반대매매를 할 수 있는 요건으로 약관 제14조 제2항이 정한 '장중에 시세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하여 고객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가 투자자의 귀책사유 또는 금융투자업자에게 책임이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마진콜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위 규정 역시 약관 제14조 제2항을 정당화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자본시장법은 투자중개업자의 일임매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허용하는 방식으로 이를 규율하고 있으며,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 도모라는 위 자본시장법 관계 법령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은 자본시장법에 위반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설령 약관 제14조 제2항이 무효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약관 제14조 제2항은 유럽형 옵션인 니케이 풋옵션에 대하여 적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반대매매는 적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실행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니케이 풋옵션은 유럽형 옵션으로서 옵션 매도자는 만기 도래 전에 옵션 매수자의 권리 행사에 따른 이행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유럽형 옵션에 관하여는 일일정산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따라서 마진콜이 있었음에도 증거금을 적기에 납입하지 못하여 미수가 발생하는 경우를 논외로 한다면, 니케이 풋옵션은 만기 도래 전에 옵션 가격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로 인하여 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투자자의 통상적인 인식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유럽형 옵션인 니케이 풋옵션엔 적용 안 돼
재판부는 나아가 설령 약관 제14조 제2항이 니케이 풋옵션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약관 제14조 제2항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음에도 반대매매를 실시, 이 점에서도 반대매매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어느모로 보나 반대매매는 위법, 무효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 위반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약관 제14조 제2항은 장중 반대매매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반드시 이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장중 반대매매를 실시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장중 반대매매의 실시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재량이 있다고 할 것이고, 또한 원고는 니케이 풋옵션의 거래에 있어 투자중개업자의 지위에 있지만, 장중 반대매매를 실행할 때에는 약관에 근거하여 투자자로부터 투자판단을 일임받아 금융투자상품을 처분하는 것이므로 자본시장법 제96조 제1, 2항이 유추 적용되어, 원고는 해당 조항에서 규정하는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주의의무 · 충실의무 부담
재판부는 "반대매매가 실행된 2020. 2. 29.을 기준으로 하여도 9거래일이 남아 있었고, 니케이 풋옵션의 가격이 2020. 2. 28. 급격하게 상승하여 평가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평가손실이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어 만기 도래 전에 니케이 지수가 반등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여 니케이 풋옵션의 가격이 정상화되면 피고 위너스자산운용으로서는 평가손실을 만회하고 경우에 따라 평가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며 "원고로서는 장중 반대매매를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니케이 풋옵션 전량을 일시에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약관 제14조 제2항에서도 정하고 있듯이 '필요한 수량'만큼만 반대매매를 하였어야 하고, 니케이 풋옵션의 만기 시점까지 9거래일이 남아 있었는바 평가손실이 당장 실현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피고 위너스자산운용에 대하여 마진콜을 함으로써 이와 같은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64조 1항은 "금융투자업자는 법령 · 약관 · 집합투자규약 · 투자설명서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업무를 소홀히 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