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을 막아내는 것도 법관의 몫"
"외풍을 막아내는 것도 법관의 몫"
  • 기사출고 2024.03.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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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시절 인사청탁 두 번 다 거절"

김용철 대법원장이 1986년 4월 취임하고 나서 법관 인사발령을 한 뒤 청와대 법무수석 측에서 '어떤 지방 부장판사를 고등 부장판사로 승격시켜달라'는 요청이 왔다. 당시엔 고등부장 승진 제도가 있었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발령이 다 끝났다며 거절했다. 1년 뒤 이번엔 청와대에서 또 다른 사람을 대법관으로 추천했다. 지금 대법관이 돼 있는 사람보다 한 기수 뒤인 사람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거절했다. 당시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 청와대의 인사요청을 모두 거부한 것이다.

법원도서관, 「법관의 길 김용철」 발간

법원도서관이 최근 대한민국 법원 구술총서 6 「법관의 길 김용철」을 발간했다. 1975년 대법관(당시 대법원 판사)에 임명되어 1981년 재임되면서 법원행정처장을 겸한 그는 1986년 4월 제9대 대법원장에 취임, 1988년 6월까지 약 2년 2개월간 사법부를 이끌었다. 2023년 3월 향년 99세의 일기로 작고했다.

◇법원도서관이 최근 구술총서로 발간한 《법관의 길 김용철》
◇법원도서관이 최근 구술총서로 발간한 《법관의 길 김용철》

김 전 대법원장은 구술에서 "사법부의 독립은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며 "외풍을 막아내는 것도 법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압을 막기 위해서는 몸가짐을 항상 공사(公私)로 청결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법관은 권위를 가져야 한다. 권위주의는 배격해야 하지만, 재판에서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공사로 깨끗해야 권위가 선다. 외람되나마 이런 것들을 판사들에게 당부드리고 싶다"고 했다.

책에는 김 전 대법원장이 재임시 서초동 법원청사 건립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사법시설등조성법'을 개정한 일화도 나온다. 당시 사법시설등조성법에 따르면, 사법부 시설 예산은 벌과금과 국유재산 처리 금액의 55% 중에서 경찰이 47%, 검찰이 38%, 법원이 15% 비율로 배분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김 전 대법원장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법시설등조성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당해년도 벌과금과 몰수금 수입액의 5%를 법원에 추가 배분한다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었다. 김 전 대법원장은 "그 바람에 서초동 종합청사 짓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법원도서관 <구술채록 사업>을 통해 발간된 이번 책은 각급법원 도서실과 유관기관, 공공도서관 등에 배부되고, 법원전시관, 사법역사문화전시실 등 법원사 자료 상설전시공간에도 비치된다. 법원도서관 홈페이지의 '전자책 · 오디오북'에서 전자파일을 열람할 수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