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투협 표준약관 '반대매매 조항' 무효
[금융] 금투협 표준약관 '반대매매 조항' 무효
  • 기사출고 2024.03.0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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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마진콜 없이 니케이 풋옵션 반대매매' KB증권 패소

KB증권이 2020년 2월 실행한 일본 니케이 225 지수 옵션 반대매매를 두고 위너스자산운용과 벌인 미수금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KB증권의 손을 들어준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반대매매의 근거였던 금융투자협회의 표준약관이 무효라고 판단, 반대매매가 위법하게 실행되었다고 본 것이다. 만일 항소심 판단대로 판결이 확정된다면 관련 약관 개정과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업무 처리 시스템 역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상고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KB증권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2월 7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위너스자산운용 측도 상고했다. 

"위너스자산운용에 예탁금 손실 30% 배상하라"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1월 26일 KB증권이 "반대매매에 따른 미수금을 지급하라"며 위너스자산운용과 위너스자산운용이 만든 펀드 4곳을 상대로 낸 소송과 위너스자산운용과 펀드 4곳이 반대매매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KB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3나2008554, 2008561)에서 이같이 판시, KB증권의 청구를 기각하고, KB증권의 책임을 30% 인정해 "KB증권이 위너스자산운용 측에 모두 7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너스자산운용과 위너스자산운용의 펀드 4곳은 2019∼2020년 각각 KB증권에 해외 장내파생상품을 거래하기 위한 계좌를 개설하고 오사카 증권거래소의 니케이(Nikkei) 225 지수 풋옵션(니케이 풋옵션)에 투자했다. 그런데 니케이 풋옵션의 기초자산인 니케이 지수가 2020년 2월 17일 23,523에서 2월 27일 21,948까지 하락하고, 다음날인 2월 28일에는 급격히 하락하여 약 3.67% 수준의 하락세를 보이자, KB증권이 증거금 추가 납부 요청(마진콜) 없이 2월 29일 0시쯤부터 야간시장이 폐장하는 같은 날 05:30쯤까지 위너스자산운용 측의 계좌에 있었던 니케이 풋옵션 전부에 대한 반대매매를 실행한 후 위너스자산운용 측을 상대로 반대매매를 실행하면서 지급한 결제대금과 예탁금의 차액인 미수금 15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위너스자산운용 측은 위법한 반대매매로 계좌에 보유하고 있었던 각 예탁금 전부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KB증권을 상대로 예탁금 합계 244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KB증권의 반대매매 근거는 금융투자협회의 표준약관이었다. 표준약관인 '해외 파생상품시장거래 총괄계좌 설정약관'(이 사건 약관) 14조 2항은 "장중에 시세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하여 고객의 평가위탁 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에는 고객에 대하여 위탁증거금의 추가예탁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필요한 수량만큼 고객의 미결제약정을 반대매매하고 예탁한 대용증권을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해외 파생상품시장거래 총괄계좌 설정약관' 14조 2항는 무효라며  KB증권의 반대매매는 적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실행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대매매가 위법하게 실행된 이상, KB증권의 미수금 청구는 이유 없고, KB증권에게 자본시장법 64조 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64조 1항은 "금융투자업자는 법령 · 약관 · 집합투자규약 · 투자설명서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업무를 소홀히 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에 의한 반대매매는 투자중개업자가 중개 과정에서 약관에 따라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판단을 일임받아 금융투자상품을 처분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위 반대매매가 투자중개업자의 일임매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제71조 제6호 단서, 같은 법 제7조 제4항에서 정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에 의한 반대매매는 투자중개업자인 원고가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실행되는 것으로 투자일임업으로서 실행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자본시장법 제7조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3항 제3호는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따른 결제나 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3항 제5호, 금융투자업규정 제2-32조 제2항 제1호 가목은 '투자자가 위탁증거금 또는 결제대금의 추가예탁요구를 통보받고 시한 내에 추가예탁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약관에 의하여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전제로 반대매매를 실시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여 위 각 조항이 마진콜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을 정당화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약관 14조 2항 효력 인정할 수 없어

이어 "금융투자업규정 제2-32조 제2항 제1호 나목은 '투자자의 귀책사유 또는 금융투자업자에게 책임이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추가예탁시한 이전에 투자자에게 위탁증거금 또는 결제대금의 추가예탁요구를 하지 못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 규정은 추가예탁시한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1항 제2호에서 이미 이와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또한 마진콜 없이 반대매매를 할 수 있는 요건으로 약관 제14조 제2항이 정한 '장중에 시세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하여 고객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가 투자자의 귀책사유 또는 금융투자업자에게 책임이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마진콜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위 규정 역시 약관 제14조 제2항을 정당화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자본시장법은 투자중개업자의 일임매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허용하는 방식으로 이를 규율하고 있으며,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 도모라는 위 자본시장법 관계 법령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은 자본시장법에 위반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설령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이 무효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은 유럽형 옵션인 니케이 풋옵션에 대하여 적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반대매매는 적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실행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니케이 풋옵션은 유럽형 옵션으로서 옵션 매도자는 만기 도래 전에 옵션 매수자의 권리 행사에 따른 이행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유럽형 옵션에 관하여는 일일정산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따라서 마진콜이 있었음에도 증거금을 적기에 납입하지 못하여 미수가 발생하는 경우를 논외로 한다면, 니케이 풋옵션은 만기 도래 전에 옵션 가격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로 인하여 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투자자의 통상적인 인식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KB증권은 위너스자산운용과 체결한 이 사건 약관 14조 2항에 기초하여 반대매매를 실행한 점, 이 사건 약관은 금융투자협회가 제정한 것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쳤으므로 KB증권으로서는 이를 신뢰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위너스자산운용가 개설한 계좌의 위험도의 측정은 기계적으로 이루어졌는바 니케이 풋옵션의 가격이 단기간에 상승함으로써 KB증권으로서도 이와 같은 사태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KB증권도 반대매매로 인해 도이치뱅크 런던지점에 예탁금으로도 충당되지 않은 결제대금을 추가로 지급함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입은 점 등을 참작, KB증권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클라스한결 · 로고스 · 린 vs 율촌

피고 측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약관 내용의 문제점은 물론 반대매매 과정의 불공정에 대하여도 법원이 피고들의 주장을 모두 인정해 준 것이고, 아울러 불공정한 약관과 잘못된 중개행위 및 업무 처리로 인해 손해를 입은 기존 투자자들이 구제받을 기회를 갖게 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KB증권을, 위너스자산운용 측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과 법무법인 로고스, 법무법인 린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