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입회사가 위탁받은 외부 대행업체의 문서파쇄와 운송 업무를 담당한 지입차주도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행업체가 직영기사와 동일하게 지입차주의 업무를 지휘 · 감독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월 25일 문서파쇄 업무를 하다가 왼손 손가락 일부가 절단된 지입차주 A씨가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두54869)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다른 지입차주로부터 적재정량 8톤의 화물자동차(이 사건 차량)를 구입한 뒤 2012년 6월 B사에 이 화물자동차를 지입하는 계약을 B사와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B사가 문서파쇄 대행업체인 C사로부터 위탁받은 문서파쇄와 운송 업무를 수행했다. A씨는 2017년 7월 27일 서울 강남구에서 문서파쇄 업무를 하던 중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엄지손가락 등 4개의 왼손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었다. 이에 A씨가 C사 소속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08:20에 출근하고 18:30에 퇴근하였는데, 출퇴근 시간은 C사의 필요에 따라 변경될 수 있었고, 휴무일은 C사가 지정하는 날짜에 실시했다. A씨는 매일 퇴근 전에 C사의 담당직원으로부터 다음날 업무내용을 배정받아 배정받은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한 후 퇴근 전에 화물자동차를 C사 차고지에 입고했고, 매일 거래처, 작업량, 주유대금, 작업시간 등을 기재한 작업일지를 작성하여 매월 말경 C사의 확인을 받았다. 또 거래처로부터 거래명세표, 파쇄완료증명서 등을 받아 C사에 보고했다. C사는 A씨가 사고를 당할 당시 3명의 직영기사와 A씨를 포함한 4명의 지입차주를 두었는데, 지방출장 업무를 주로 지입차주가 맡았다는 것 외에 직영기사와 지입차주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없었다. A씨는 그 업무수행의 대가인 서비스 요금으로 부가가치세 포함 매월 4,070,000원을 C사로부터 직접 지급받았고, 주유대금도 별도로 지급받았다. A씨는 위 돈 중 일부를 지입료와 부가가치세 등으로 B사에 지급했다.
대법원은 "C사는 직영기사와 동일하게 지입차주인 원고에 대한 업무지시를 하고 근태와 업무수행을 감독하는 등 원고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비록 원고가 지입차주로서 이 사건 차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고 그 유지 · 관리를 위한 비용도 일부 부담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C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가 수행한 문서파쇄 업무는 C사의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고, 원고가 C사의 업무를 수행한 기간은 5년에 이르렀으며, 사고가 없었다면 원고는 상당 기간 더 위 업무를 수행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문서파쇄 업무에 필수적 설비인 파쇄장비는 C사 소유였고 파쇄장비를 파쇄현장으로 이동시키는 이 사건 차량만 원고 소유였던 점, 원고는 C사가 배정한 업무만을 수행하고 C사로부터 매월 고정된 대가를 직접 지급받았으며, C사는 원고가 지출하는 비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유대금을 스스로 부담하였던 점, C사 소유의 파쇄장비가 설치되고 C사의 상호와 광고가 도색되어 있었던 이 사건 차량은 C사의 문서파쇄 업무를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계약상으로도 금지되었던 점, 원고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는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기보다는 C사에 전속하여 노무제공의 대가만을 지급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B사는 이 사건 차량의 소유명의자로서 보험료 납부 등 행정적 지원 업무만을 대행하였을 뿐, C사의 문서파쇄 업무를 원고에게 알선하거나 원고의 업무수행을 관리한 바 없는 점, C사는 지입차주들의 요구에 따라 지입료가 낮은 회사로 지입회사를 변경해 주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B사는 원고와 C사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의 중간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C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고, 사업자등록을 하는 등 사업주로서의 외관을 갖춘 채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였으나, 이러한 사정들은 노무제공의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이므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유력한 징표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진영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