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만료 후에 존속기간 연장승인을 받았더라도 만료일에 소급해 특허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허법원 제25-1부(재판장 임영우 부장판사)는 1월 18일 노파르티스 아게(노바티스)가 "패치형 치매치료제인 '엑셀론 패치'의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SK케미칼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1나1787)에서 존속기간을 연장받은 노바티스 특허에 대한 SK케미칼의 특허권 침해를 인정, "SK케미칼은 노바티스에게 손해배상금 등 총 12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97년 8월 엑셀론 패치(리바스티그민)에 대한 특허권을 등록한 노바티스는, 2012년 4월 21일 특허 존속기간이 만료되자, 특허청장에게 존속기간 연장승인을 신청했으나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노바티스는 특청청장을 상대로 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2018년 10월 확정되었고, 이후 특허청장이 위 판결에 따라 특허의 존속기간을 873일 연장하도록 승인, 특허 존속기간이 2014년 9월 11일까지 연장되었다.
SK케미칼은 2011년 8월경부터 11월경까지 13회에 걸쳐 합계 148kg 가량의 리바스티그민을 수입, 이와 같이 수입한 리바스티그민을 사용해 원드론 패치 등 리바스티그민 패치제의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 이렇게 생산된 제네릭 제품 중 일부를 2012년 9월과 11월 독일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2013년 2월 15일경부터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 제네릭 의약품 제품을 본격적으로 수출했다. 이에 노바티스가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약과 똑같은 효력의 복제약으로 오리지널 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특허침해가 아니다.
재판부는 "구 특허법 제53조의 존속기간 연장승인처분은 원 존속기간 만료일에 소급하여 효력을 가지므로 위 연장승인처분에 의해 이 사건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원 존속기간 만료일인 2012. 4. 21.에서 2014. 9. 11.까지로 연장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피고가 연장된 존속기간 만료일 이전에 국내에서 피고 제품을 생산한 행위는 특허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가 특허권의 원 존속기간 만료일 다음날인 2012. 4. 22.부터 2013. 5. 20. 원고의 내용증명을 송달받기 전까지 한 특허 실시행위에 대하여는 피고가 (원고의) 특허권이 소멸되었다고 믿은 데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특허법 제130조의 과실추정이 복멸되었고, 위 기간 동안의 피고의 특허권 침해행위에는 과실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의 특허권 침해행위 중 2012. 4. 22.부터 2013. 5. 20.까지의 기간 동안의 침해행위에는 고의나 과실이 없고, 2013. 5. 21.부터 2014. 9. 11.까지의 기간 동안의 침해행위에만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과실이 없으면 특허침해라도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노바티스는 2013년 5월 16일 SK케미칼에게 내용증명우편을 보내어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신청을 한 사실과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알렸고, 위 내용증명은 2013년 5월 20일 SK케미칼에게 도달했다.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 피고 측은 특허의 유럽 대응 특허는 이미 존속기간이 만료되어 소멸하였고,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리바스티그민 패치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 제품의 유럽 수출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럽 시장에서 이 사건 특허의 대응 특허가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2013년 및 2014년에 독일, 스페인 등 유럽시장에 리바스티그민 패치 제품을 제조하여 공급하는 회사는 원고 외에 A 밖에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의 침해 제품이 상당량 유럽 시장에 공급됨으로써 원고의 위 시장 점유율에 기초한 판매 수량이 감소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이고, 이는 유럽 시장의 특허 존속기간 만료로 인한 자유로운 경쟁의 결과라기보다는 피고의 국내 특허 침해 행위에서 비롯된 손해, 즉 피고의 국내 침해 행위가 없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침해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전면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다1831 판결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침해 제품의 유럽 시장 공급 수량 중 A의 시장 점유율의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원고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기보다는 A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만 피고의 상당인과관계 부정으로 인한 손해액 추정 복멸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의 연장신청은 특허권의 존속기간 만료일인 2012. 4. 21.을 경과하여 특허권이 효력을 상실한 이후인 2012. 4. 23. 이루어졌는바, 이와 같은 사정이 특허청의 불승인처분 및 연장승인신청의 부적법에 대한 피고의 신뢰를 형성한 하나의 요인이 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20%의 과실상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내용증명을 받기 전의 피고의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특허실시료 상당의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며 피고가 원고에게 총 7억 6,000여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앤장이 노바티스를, SK케미칼은 법무법인 화우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