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2023년, 법률시장에선 분야별로 명암이 엇갈리지만, 주요 로펌의 변호사들은 딜을 추진하고 분쟁을 해결하며 국내외 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리걸타임즈가 Corporate and M&A, 금융, 인사노무, 조세, 공정거래, 송무, 국제중재, 국제분쟁, 건설, 부동산, Family Law, 보험, 해상, IP, 게임 · 엔터테인먼트, TMT 등 기업법무의 주요 분야와 리걸테크에서 2023년을 빛낸 '2023 올해의 변호사(Lawyers of the Year)' 19명을 선정, 그들의 활약상과 성공 노하우를 조명한다.

법무법인 지평의 김진희 외국변호사는 한국 기업의 국제분쟁 해결이 주된 업무영역이다. 특히 한국 로펌 소속으로 미국 법정에 직접 나가 구두변론을 수행하는 거의 유일한 변호사로, 유창한 영어 구사에 한국 기업과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김 변호사는 한국 클라이언트와 호흡을 맞춰 연이은 승전보를 타전하고 있다.

서울대를 거쳐 UC 버클리 로스쿨(J.D.)을 졸업한 김 변호사는 미국 로펌 폴 헤이스팅스에서 다년간 미국 소송을 직접 수행한 경험이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에도 출정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솔라파크 기술 영업비밀 인정

김 변호사는 태양광 전문기업인 솔라파크코리아를 대리해 미 연방법원인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에 미국의 Solaria Corporation 등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 가처분을 낸 지 3개월만인 지난 8월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았다. 솔라파크의 슁글드(shingled) 태양광 모듈 대량생산 기술이 독자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닌 영업비밀임을 인정받은 것으로, 김 변호사가 직접 미국 법정에 나가 구두변론을 수행했다. 가처분이 인용됨에 따라 Solaria는 솔라파크 기술의 이용과 공개, 제3자 제공 등이 금지되었음은 물론 본안소송과 Solaria가 솔라파크를 상대로 낸 SIAC 중재에서도 솔라파크가 유리한 입장에서 서게 되었다.

이번엔 코로나 팬데믹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 영국 소재 다국적 기업인 S그룹으로부터 의료용 장갑을 구매하였으나, S그룹이 의료용 장갑 대신 식품용 장갑을 보내는 바람에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한국의 바이오 기업 A사와 S그룹 사이의 계약 분쟁. A사를 대리한 김 변호사는 계약서에 명시된 ICC 중재를 제기한 데 이어 이 장갑을 캘리포니아로 수출하려던 점에 착안, 캘리포니아 법원에 S그룹의 말레이시아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S그룹의 다른 자회사들과 공모가 의심되는 제3자를 모두 피고로 추가했다. 캘리포니아 소송에서 디스커버리 공세를 펼친 김 변호사는 해당 거래에 관여했던 S그룹의 계열사들을 ICC 중재에 참가시키는 강제인입(joinder)에도 성공했다.

"변호사비용까지 지급하라"

지난 11월 판정이 나온 ICC 중재 결과는 A사가 청구한 손해액 1,100만 달러 전부와 중재비용과 캘리포니아 소송비용,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보상하라는 완승이었다. 김 변호사 팀에선 솔라파크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영문 준비서면을 직접 작성해 제출하고, 캘리포니아 판사와 중재판정부 앞에서의 모든 구두변론도 김 변호사가 직접 진행했다.

"한국 기업, 한국 기업인의 국제분쟁은 한국말이 통하고 한국을 잘 아는 한국계 변호사가 수행해야 유리하지 않을까요. 한국 기업들을 위해 국제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한국계 변호사, 한국 로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진희 변호사는 이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며 수많은 미국 소송과 국제중재에서 한국 클라이언트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승소율도 매우 높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