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4부 이자 주겠다'고 속여 27억 빌려…일부 변제했어도 사기죄 성립
[형사] '4부 이자 주겠다'고 속여 27억 빌려…일부 변제했어도 사기죄 성립
  • 기사출고 2023.12.22 18: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북부지법] "사후에 반환, 변상했더라도 사기죄 성립에 영향 없어"

이부자매인 A와 B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상가 1층에서 옷가게를 함께 운영하며 위 상가 상인을 통해 C를 알게 되었다. A, B는 2016년 3월경 C를 만나, A는 C에게 "이혼한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 20억이 들어올 것이다. 일본에 있는 땅을 팔기 위해서 비용이 필요한데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쳐서 갚겠다. 일본에 가는데 경비가 필요하다"고 거짓말하고, B는 C에게 "나는 중국과 여러 거래처에 물건을 주고 큰 마진을 남기는 사업가다. 명품가방, 명품시계, 명품신발, 명품 의류를 매입하려고 한다. 사업에 필요하니 돈을 빌려주면 4부 이자를 붙여 갚겠다. 일이 잘못되면 내 명의로 아파트 2채가 있으니 팔아서 해결해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C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B의 아들 명의 은행 계좌로 400만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2021년 12월까지 모두 344차례에 걸쳐 C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합계 27억 5,4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사실 A는 2012년 8월 승소한 양육비 소송과 관련하여 자녀들의 생부로부터 생활비 수준의 소액만을 지급받고 있었을 뿐 20억원 상당의 거액을 받을 예정이 없었다. A, B는 총 735,113,000원 상당의 채무를 갖고 있었으며 각각 개인회생 중이었고, 별다른 재산이나 수익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였다. C로부터 빌린 돈도 다른 채무 변제에 소위 '돌려막기'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어 C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이태웅 부장판사)는 11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를 적용, A씨에게 징역 3년,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2023고합230).

피고인들은 "범죄일람표 기재 금원의 합계액보다 2억원을 초과해 변제했으므로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상당한 돈을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는 원금뿐 아니라 고율의 이자를 추가로 주겠다는 말을 믿고 금원을 교부한 것이고, 만약 장기간에 걸쳐 원금이나 약속한 이자 중 일부만을 돌려줄 것임을 알았더라면 피해자로서는 해당 금원을 교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피고인들이 변제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렸으므로, 원금이나 이자 중 일부를 변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설령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해자에게 일정 금원을 변제하였더라도, 피고인들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주요 재원으로 하여 피해자에게 이자 등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피해자로부터 계속 금원을 교부받아 사기 범행을 지속하기 위한 방편으로 변상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되므로 사기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기죄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기망하거나 소극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할 의무 있는 사항을 묵비하여 이에 속은 타인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고 이미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사후에 반환, 변상했다 하더라도 이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도9550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합계 2,754,263,515원에 이르는 거액의 돈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의 내용, 횟수와 기간, 피해 규모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고 죄책 또한 무겁다"고 지적하고,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하였고,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재산 상당 부분을 잃고 배우자와 함께 개인회생을 신청한 상황이라고 호소하면서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