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F, 셔먼앤스털링 서울사무소 폐쇄
2012년 법률시장이 본격 개방된 후 10년이 더 경과하며 한국시장에 진출한 외국 로펌들 사이에 크고 작은 변화가 거듭되고 있다. 여전히 서울에 사무소를 열어 한국시장을 노크하는 외국 로펌이 이어지고 있으며, 반대로 서울사무소를 접고 한국에서 철수하는 로펌 소식도 간간이 들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 사실상 첫 해라고 할 수 있는 2023년에 특히 외국 로펌들에 관련된 뉴스가 많았다.
왓슨 팔리 서울사무소 추가
먼저 영국 로펌 왓슨 팔리 앤 윌리엄스(Watson Farley & Williams, WFW)가 올 2월 1일 서울에서 본격 업무를 시작하며 한국에 새로 이름을 알렸다. 국제중재 전문의 김도윤 영국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링크레이터스(Linklaters)에 이어 K&L Gates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장우진 캘리포니아주 변호사가 가세한 왓슨 팔리 서울사무소는 국제중재, 에너지와 프로젝트 개발, PF 자문 등을 주요 업무로 내걸고 있다.
왓슨 팔리의 서울사무소 오픈 소식이 알려진 바로 다음날 이번엔 영국 로펌 애셔스트(Ashurst)와 법무법인 화현의 합작법무법인인 Ashurst Korea JV가 서울 강남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한-영 합작법무법인인 Ashurst Korea JV는 한국 로펌과 외국 로펌의 합작법무법인 1호로, 얼마전 미국 로펌 베이커맥켄지(Baker McKenzie)와 법무법인 KL 파트너스가 참여하는 2호 합작법무법인까지 설립인가를 받아 출범하면서 JV가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이나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기업 등을 상대로 자문하는 섭외 법률시장에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까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2016년 3월 개정되어 그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외국법자문사법에 근거를 둔 합작법무법인은 합작 참여 외국 로펌의 본국법과 국제법에 대한 자문은 물론 송무와 노무, 지식재산권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 한국법에 대한 자문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며, 합작법무법인에선 한국변호사 채용도 가능하다.
베이컨맥켄지와 KL 파트너스가 참여하는 Baker McKenzie KLP JV에선 크로스보더 M&A와 함께 국제중재 분야에서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Ashurst Korea JV도 M&A와 국제분쟁, 프로젝트 개발과 PF 자문 등을 주요 타깃으로 내걸고 있다.
中 로펌 포함 28곳 서울사무소 가동
두 개의 JV가 출범하고 왓슨 팔리 그리고 중국 로펌 중성청태가 지난 7월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인가를 받아 서울에 진출했지만, JV를 포함해 모두 28개인 외국 로펌의 서울사무소 전체 숫자엔 큰 변화가 없다. 서울사무소를 접은 로펌들이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한국에 진출한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Herbert Smith Freehills)가 한국 진출 10년 만에 지난 2월 서울사무소 폐쇄 방침을 발표하고, 국제중재팀의 일부를 홍콩사무소로 옮겨 재배치했다. 미국 로펌 셔면앤스털링(Shearman & Sterling)도 영국 로펌 알렌앤오베리(Allen & Overy)와의 대서양을 사이에 둔 합병 추진이 급진전을 보이며 지난 6월 공식적으로 서울사무소를 폐쇄했다. 2015년에 문을 열어 프로젝트 개발과 PF, M&A 자문 등을 수행하는 알렌앤오베리 서울사무소는 A&O와 셔면앤스털링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통합 로펌의 서울사무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곳의 JV까지 가세한 가운데 한국에 진출한 영미 로펌들의 주요 업무는 크게 한국 기업이 관련된 크로스보더 M&A, IPO와 해외채권 발행 등 자본시장 업무, 꾸준히 사건이 늘고 있는 국제중재와 미국소송 등 국제분쟁 해결,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등에 관련된 주 정부 등의 인센티브 확보와 규제 관련 자문, 미 정부조사에 대한 대응, 한국의 수출신용기관과 금융기관, 건설사 등이 주요 자문대상인 에너지와 인프라 등 프로젝트 개발과 PF 자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또 IP 전문의 피네간 헨더슨(Finnegan, Henderson), 해상법 자문에 특화한 스티븐슨 하우드(Stephenson Harwood) 등이 가세하고 있다.
◇크로스보더 M&A=가장 많은 로펌이 자문에 나서고 있는 회사법과 M&A 자문에선 이 분야 전통의 강호인 클리어리 가틀립(Cleary Gottlieb)과 스캐든(Skadden), 한국 기업의 굵직한 아웃바운드 M&A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오멜버니(O'Melveny), 카카오페이를 대리해 카카오페이가 Siebert의 전체 지분 중 51%를 소유하게 된 대규모 거래를 수행하는 등 최근 들어 자문 건수가 늘고 있는 그린버그 트라우리그(Greenberg Traurig), 폴 헤이스팅스(Paul Hastings), 롭스앤그레이(Ropes & Gray) 등이 주요 플레이어로 소개된다. 또 화이트앤케이스(White & Case), DLA Piper도 M&A 거래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외국 로펌이며, 김형수 뉴욕주 변호사가 서울사무소 팀을 이끌고 있는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도 올해 SK에코플랜트를 대리해 뉴욕 증시(NYSE)에 상장된 수소연료 전지 회사인 블룸에너지에 대한 7,300억원의 지분 투자, 미국 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합작 투자 거래 등에 자문했다.
프로젝트 개발과 PF 자문이 발달한 밀뱅크(Milbank)도 데이비드 조 캘리포니아주 변호사가 가세한 후 M&A 거래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밀뱅크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8월 8,450만 달러를 투자해 코로나-독감 백신, 독감 백신, 고용량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자체 개발한 미 제약사 노바백스의 주식 650만주를 취득하는 거래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자문했다.
◇자본시장=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클리어리와 함께 폴 헤이스팅스, 링크레이터스, 황은상 뉴욕주 변호사 등의 활약이 돋보이는 그린버그 등이 자본시장 거래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였던 두산로보틱스 IPO에선 클리어리와 폴 헤이스팅스가 순서대로 발행사와 주관사단을 맡아 해외 법률자문사로 활약했다. 한국에 진출했다가 2018년 서울사무소를 접고 홍콩사무소를 중심으로 자문에 나서고 있는 심슨 대처(Simpson Thacher & Bartlett)도 한국 자본시장의 오래된 플레이어 중 한 곳이다.
◇국제중재 · 국제소송=국제중재와 미국소송 등 국제소송 분야가 최근 외국 로펌들이 한국시장에서 주목하는 주요 업무분야 중 하나로, 제임스 리 캘리포니아주 변호사가 이끄는 아놀드앤포터가 넥슨가 아이언메이스 사이의 하드코어 판타지 던전 게임인 '다크 앤 다커(Dark and Darker)'를 둘러싼 미국에서의 영업비밀 · 저작권 소송에서 넥슨을 대리하는 등 활약하고 있다. 또 미 연방검사 출신 2명이 서울에 상주하고 있는 코브레앤김(Kobre & Kim)이 한국 기업이 관련된 분쟁을 많이 수행하는 분쟁 전문으로 유명하며, 스캐든과 오멜버니, 클리어리, 그린버그, 화이트앤케이스, 디엘에이 파이퍼, 쉐퍼드멀린(Sheppard Mullin) 등도 한국 기업이 관련된 국제분쟁을 활발하게 수행하는 로펌들로 분류된다. K&L Gates와 Steptoe & Johnson은 얼마전 웨스팅하우스의 청구가 기각된 한국형 원자로인 APR 1400의 해외수출 통제 관련 미 컬럼비아특구 연방지방법원 소송에서 순서대로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 · 한전을 대리했다. 두 로펌은 같은 당사자끼리 맞붙은 대한상사중재원(KCAB) 중재에서도 미 소송에서처럼 같은 당사자를 대리하고 있다. 또 Pillsbury Winthrop Shaw Pittman이 KCAB 중재에서 Steptoe와 함께 한수원 · 한전을 대리하고 있다.
퀸 엠마누엘, 버드 머렐라 유명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 않지만 홍콩사무소의 존 리(John Rhee) 영국변호사가 주도하는 퀸 엠마누엘(Quinn Emanuel Urquhart & Sullivan)과 미 LA에 본사가 있는 버드 머렐라(Bird Marella)도 한국 기업이 관련된 국제중재나 미국소송 등 분쟁 사건에서 활약하는 '분쟁 전문' 로펌들로 유명하다. 퀸 엠마누엘은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풋옵션 계약을 근거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2조원대의 ICC 1차 중재에 이어 2차 중재에서도 신 회장 측을 대리하고 있다. 또 서울 여의도의 IFC 매입 불발로 제기된 미래에셋과 캐나다의 브룩필드 자산운용 사이의 보증금 2,000억원의 반환을 둘러싼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중재와 글랜우드PE와 베어링PEA 사이의 PI첨단소재 주식매매계약해제를 둘러싼 SIAC 중재에서 각각 미래에셋과 글랜우드PE를 대리하는 등 한국 기업이 관련된 국제중재에 자주 이름
을 올리는 단골 대리인 중 한 곳이다.
노익환, 티모시 유 미국변호사 등 한국계 미국변호사만 8명이 포진한 버드 머렐라는 특히 미국의 배심원 재판에 직접 출정해 법정 변론을 주도하는 '재판 전문' 로펌으로, 현대차 상대 집단소송 등 한국 기업이 피소된 여러 소송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베이커맥켄지, 에너지 개발 경쟁력 탄탄
프로젝트 개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문은 여의도에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밀뱅크와 알렌앤오베리, 화이트앤케이스, 이주희 변호사가 매니징파트너를 맡고 있는 링크레이터스 등이 활발하다. 또 올 초 서울사무소를 오픈한 왓슨 팔리도 장우진 변호사의 활약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법무법인 KL 파트너스와 JV를 출범시킨 베이커맥켄지도 홍콩에 상주하는 이원 뉴욕주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에너지 개발 등의 분야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발휘해왔다. 남미와 아프리카, 호주, 뉴질랜드 등을 포함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디엘에이 파이퍼도 에너지 분야의 투자와 개발 등에 관련된 여러 사안에 자문하고 있다.
최근 미국 로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업무 중 하나가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에 관련된 미국 진출 관련 자문으로, 디엘에이 파이퍼와 K&L Gates 등이 공장 입지 선정과 주정부 등의 인센티브 계약 협상 등에 자주 나서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과 함께 실시한 사내변호사 상대 설문조사 결과와 업무실적, 취재 등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자체 데이터 등을 종합해 2023년 한국시장에서 활약하는 외국 로펌 '톱 10'을 선정했다. 알파벳 순으로 Arnold & Porter, Cleary Gottlieb, DLA Piper, Greenberg Traurig, Kobre & Kim, O'Melveny, Paul Hastings, Quinn Emanuel, Skadden, White & Case의 10곳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