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별거 중인 아내 집 들어갔다고 주거침입 기소유예…취소하라
[헌법] 별거 중인 아내 집 들어갔다고 주거침입 기소유예…취소하라
  • 기사출고 2023.10.07 11: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재] "공동거주자 지위, 사실상 평온 해치지 않아"

A씨는 2021년 9월 2일경 별거 중이던 아내 B씨가 거주하는 주택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주거침입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자, "B가 나와 공동으로 거주하던 주택에 나의 출입을 막을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내가 B의 동의 없이 이 주택에 들어갔다고 하여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고, 사실상 평온을 해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거침입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2021헌마1602)을 냈다. 

A는 B와 10년 넘는 혼인생활을 유지해 왔고, 이 주택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마련했으며, 다른 지역에서 일하면서도 휴일에는 이 주택에서 생활했다. A는 B와의 이혼소송이 시작된 다음인 2021년 8월 초경 휴가기간에도 이 주택에 머물렀다. A가 B로부터 이 주택에 들어오지 말 것을 요청받은 때는 이 사건이 있기 불과 약 2주 전이고, 당시 B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 격리를 이유로 들었다. 이 주택에는 여전히 A의 짐이 보관되어 있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9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A)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A가 이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 있었고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간 사실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청구인이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사건이 있기 전 피해자가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였다거나 청구인을 주택에 일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에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청구인이 주택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청구인이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며 "따라서 청구인이 임의로 주택에 들어간 행위는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주거침입죄의 객체는 행위자 이외의 사람, 즉 '타인'이 거주하는 주거 등이라고 할 것이므로, 행위자 자신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 또는 점유하는 주거 등에 임의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주거에 거주하거나 건조물을 관리하던 사람이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거나 주거 등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 · 관리를 상실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재판부는 또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 주택 출입 전후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청구인의 행위태양을 두고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것이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소유예처분의 바탕이 된 피의사실은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는 것"이라며 "위 비밀번호는 청구인이 주택의 공동거주자로서 자연스럽게 알고 있던 것일 뿐, 불법적이거나 은밀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청구인은 피해자가 이전에 자가 격리를 이유로 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2주간의 격리 기간이 종료되었을 무렵 주택에 들어가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주택 출입 전후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청구인의 이같은 행위태양을 두고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것이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는 주택에 들어가 한동안 머무르다가 B가 퇴근 후 경찰을 대동하고 오자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