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금지 소송 각하
[민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금지 소송 각하
  • 기사출고 2023.08.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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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런던의정서 · 비엔나 공동협약, 재판규범성 없어"

부산지법 민사6부(재판장 남재현 부장판사)는 8월 17일 부산시 또는 김해시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국민 16명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을 상대로 낸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금지청구소송(2021가합43947)을 각하했다.

원고들은 1996. 11. 7. 런던에서 작성된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1972년 협약에 대한 1996년 의정서"(이하 런던의정서)와 1997. 9. 5. 비엔나에서 채택된 "사용후 핵연료 및 방사성 폐기물 관리의 안전에 관한 공동협약"(이하 비엔나 공동협약), 민법 217조 1항을 근거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와 그 처리수의 해양 방류 금지를 청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국 모두 런던의정서와 비엔나 공동협약의 체약당사국이고, 위 각 조약은 두 나라에서 모두 발효되었으나, 런던의정서와 비엔나 공동협약은 이를 체결한 국가들 사이의 국제법상의 권리 · 의무와 국제법적 분쟁해결절차를 규율하고 있을 뿐이어서, 어느 체약당사국 국민이 다른 체약당사국 국민에게 직접 이 사건과 같은 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어느 체약당사국의 법원이 위와 같은 금지청구의 소에 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범이 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법에 기한 청구는 국제재판관할권 없어"

재판부는 또 민법 217조 1항에 기한 청구에 대해,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이 사건 투기금지 대상물질의 투기 또는 방류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분쟁가능성의 예견일 뿐이므로, 이 사건 소에 있어서 이 법원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의 배분을 정당화할 근거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원고들이 이 사건 소로써 투기금지를 구하는 이 사건 투기금지 대상물질은 일본국 내에 소재하고, 그러므로 원고들이 이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일본국 법원의 승인과 집행판결을 얻어야 비로소 일본국 내에서 피고에 대한 집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이 법원의 판결에 의한 집행의 실효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에 토지를 소유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이 그러한 사실에 기하여 다른 나라에 소재한 토지로부터 발생한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발생하는 생활방해에 대한 금지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에 민사소송법 20조에 근거하여 우리나라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본다면, 전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 등의 배출행위에 대하여 우리나라 토지를 소유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법원에 그 금지를 구할 수 있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무제한적으로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국제재판관할의 공평하고 합리적 배분이라는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이 사건 투기금지 대상물질의 투기행위가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권 및 생명권에 관한 문제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소 중 원고들의 제2예비적 청구 부분은 이웃 토지 소유자의 생활방해 금지에 관한 민법 217조 1항을 청구원인으로 하는 것이므로, 원고들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이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볼 유력한 기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또 만약 (한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원고들로서는 일본국의 법원에서 일본국 변호사를 선임하여 재판을 받아야 하므로 우리나라 헌법 27조에 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에 관하여 우리나라 헌법 27조에 정한 재판받을 권리가 지닌 함의는 '반드시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제사법에 정한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 및 법리가 규율하는 바에 따라 우리나라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는 사건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그러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 법원에 이 사건 소 중 제2예비적 청구 부분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적절한 논거가 될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 217조 1항은 "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등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민심이 원고들을 대리했으며, 도쿄전력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