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년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시내버스기사 계약갱신 거절 무효"
[노동] "정년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시내버스기사 계약갱신 거절 무효"
  • 기사출고 2023.08.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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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갱신기대권 있고,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 없어"

정년에 도달한 후 회사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계속 근무한 시내버스 운전기사에 대해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6월 29일 시내버스회사인 동화운수가 "운전기사 A씨에 대한 근로계약 만료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두62492)에서 동화운수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주관 변호사가 피고보조참가한 A씨를 대리했다. 동화운수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A씨는 2011년 2월 동화운수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2015년 12월 정년에 도달했으나, 동화운수와 근로계약기간을 '2016. 1. 3.부터 2017. 1. 2.까지'로 정해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계속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A씨는 그러나 2017. 1. 2. 자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다고 2016년 12월 통보를 받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인천지노위는 A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했으나, A씨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 중노위가 A씨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존재함에도 동화운수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계약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며 동화운수에 A씨의 원직 복직과 A씨가 부당해고 기간 동안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하자 동화운수가 소송을 냈다.

동화운수의 취업규칙은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 정년퇴직자를 기간을 정하여 촉탁으로 재고용할 수 있되 건강상태, 재직 중의 근로태도, 성적과 성격, 재직 중 종사한 업무의 필요성 등의 기준에 따라 그 적부를 심사한 후에 결정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고, A씨에게 적용되는 동화운수의 단체협약은 정년을 만 61세가 되는 날로 정하면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와 협의하여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먼저 "원고의 촉탁직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이 정년퇴직 전에 제공하던 근로의 내용과 크게 다르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고, 정년에 도달하였으나 원고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서 정한 규정을 충족하여 촉탁직 근로계약까지 체결하였다면, 그로부터 1~2년 더 근무하였다고 하여 갑자기 운전능력이 저하되거나 위험성이 증대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서 정한 촉탁직 근로자로의 채용 요건을 다시 충족할 가능성은 크다"고 지적하고, "A에게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재판부에 따르면, 2017. 4. 1. 기준 원고의 촉탁직 근로자들 34명 중 적게는 1회, 많게는 8회까지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한 근로자들이 21명이나 존재하여 원고의 사업장에는 정년을 경과한 고령자라 하더라도 다수 갱신되어 온 사례가 있다. 또 2014. 1. 1. 부터 2017. 3. 27.까지 퇴사한 촉탁직 근로자들 중, A처럼 단 한 차례도 갱신되지 않고 퇴사한 자는 4명인데, 그중 3명은 사고관계(2명)나 개인사정(1명)으로 퇴사한 사람들이다. 재판부는 "따라서 A는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촉탁직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음은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정당성 존재 여부.

재판부는 "A가 정년퇴직 전 4차례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정은 원고와 A 사이에 최초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 당시 원고가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던 사정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A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원고가 이를 이유로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다는 것은 최초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 당시 원고가 위와 같은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정당한 근거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가 B와의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고의 A에 대한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정년 이후의 기간제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나 기간제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