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 한국 정부에 690억원의 배상금과 이에 대한 약 8년간 5% 연복리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한 엘리엇 투자자중재(ISDS)에 대해 법무부가 판정 약 한 달만인 7월 18일 중재판정부인 헤이그상설중재재판소(PCA)에 판정의 해석 · 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피터앤김과 미국 로펌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가 자문했다.
724억 공제해야 하는데, 660억 공제
법무부는 먼저 "중재판정부는 판정 이유에서 엘리엇이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합병 후에 엘리엇 측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으나, 실제로는 계산 과정에서 위 합의금의 '세후 금액'을 공제한 명백한 계산상 오류가 확인되었다"며 그 오류의 정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의 위와 같은 계산상 오류로 정부가 부담할 손해배상금 원금이 약 60억원 이상 증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2016년 삼성물산과의 비밀합의에 따라 2022년 5월 삼성 측으로부터 세전 약 724억원(세후 약 660억원)을 지급받았으며, 중재판정부는 이를 최종 손해액에서 제외했다.
중재판정부는 또 판정 이유에서 정부로 하여금 손해배상금 원금에 대해 붙는 판정 전 이자(약 326억원 상당)는 '원화'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으나, 판정 주문에서는 위 이자를 '미화'로 지급하여야 하는 것처럼 판시하였다. 법무부는 "판정 이유와 주문의 불일치"이라며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신청하였다"고 밝혔다.
영국 법원에 제기한 판정에 대한 취소소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소수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문제 삼은 중재판정부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소수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법상의 대원칙이자 상식이고, 따라서 삼성물산의 여러 소수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대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다른 소수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엘리엇에 대한 조치(즉, 엘리엇의 투자에 관련된 조치)라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위 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이 한국법상 국가기관은 아니나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그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한-미 FTA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하여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하여 당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합병무효소송 및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한민국 법원은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 등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이와 같은 이유와 함께 공공기관 등이 소수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ISDS 사건은 찾기 어려운데, 정부가 이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바로잡지 않을 경우, 향후 우리 공공기관 및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이 사안에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본건과 유사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여 절차가 진행 중인 관련 ISDS 사건 즉, 메이슨 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정부대리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2억 달러(약 2,576억원)의 손해를 주장하고 있는 메이슨 ISDS는 2022년 5월 구술심리를 마치고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중재지인 영국법상 중재판정에 대한 취소소송은 ▲관할 위반(중재합의 범위 일탈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그 하자로 중대한 부정의가 초래되었다는 등의 사정), ▲영국법 위반 등을 이유로만 가능하다. 법무부가 이번에 제기한 취소소송은 주로 '관할 위반'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정농단 형사판결은 궤를 달리하는 사안"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부는 본안 부분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 보건복지부 등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한국의 형사판결을 상당 부분 인용하면서 한국 정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 사건은 '소수주주 중 한 명에 불과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는 내부적인 동기나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의 위법이 있었다고 하여 그 의결권 행사가 바로 다른 소수주주인 엘리엇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서, '국민연금의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은 형사판결'과는 법리상 궤를 달리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