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06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B사에서 근무하면서 분양 관련 업무를 했는데, C사는 대기업으로부터 분양대행용역을 수급하기 위해 2016년 11월 A씨를 이사로 채용했다. 이후 A씨는 2019년 9월 C사의 계열사인 아파트 · 상가 분양대행용역업체 D사로 이직, D사의 부사장으로서 마케팅본부의 본부장 역할을 수행하며 분양대행용역의 수급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그러나 C사와 D사에 입사한 지 4년 8개월이 되도록 자신이 근무했었던 B사로부터 용역을 수급하지 못했다. A씨는 업무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2021년 10월 5일 오전 11시쯤 D사 대표로부터 "일 똑바로 하지 않으면 회사에 있을 필요 없다. 형편없는 사람이네"라는 질책을 듣고, 약 일주일 후인 10월 13일 오후 2시쯤에도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라. 회사 때려쳐라, 이 XX야"라는 질책과 욕설을 들었다.
A씨는 폭언을 들은 다음 날인 10월 14일에도 D사 대표와 함께 발주처인 B사 부장을 상대로 골프 접대를 해야 했다. 이들은 낮 12시 30분쯤 충주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으며 소주 4병을 나눠 마셨다. 이어 오후 1시 46분쯤부터 골프를 시작, 오후 2시 50분쯤 4번 홀에 이르렀다. A씨가 친 골프공이 벙커에 빠지자, A씨는 벙커에 들어가서 골프공을 빼낸 후 벙커에서 나와 몇 걸음 더 걷다가 쓰러졌고, 이내 의식불명에 빠졌다. A씨는 신고를 받은 119구급차에 의해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오후 3시 56분쯤 심정지로 사망했다. 직접사인은 심실세동이었다. 이에 A씨의 아내가 "A씨가 과중한 업무, 업무실적에 따른 스트레스와 골프 라운딩 등으로 인하여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3월 28일 "A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2022구합71936).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법무법인 서울이 원고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A는 C사와 D사에 입사한 지 4년 8개월이 되도록 자신이 근무했었던 B사로부터 용역을 수급하지 못하는 등 수급실적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더욱이 A는 자신이 담당한 아산 프로젝트, 대전 프로젝트의 미수금, 저가수주 등으로 인해 오히려 D사에 손해를 끼칠 상황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D사 대표로부터 극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골프초보자였던 A는 골프경기 진행에 방해되지 않기 위하여 소주까지 마신 상태에서 뛰어 다닐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듯 A가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체력적인 부담이 큰 골프 라운딩을 한 것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I. 1. 가항에서 규정하는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병변 등이 그 자연경과를 넘어 급격하고 뚜렷하게 악화된 경우'에 해당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제1호 가목 1)항에서 규정하는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 · 흥분 · 공포 · 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사고가 난 골프장이 산속에 있는 데다가 A가 쓰러진 골프장의 4번홀은 클럽하우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119구급차가 도착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119구급차가 A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까지 40분이 넘게 걸렸다. 재판부는 "결국 D사의 업무를 위한 불가피한 골프 라운딩으로 인해 A는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A의 업무와 A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된 갑작스러운 심실세동이나 심장기능 이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