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아파트 어린이놀이터 옆에 있는 지하주차장의 유리 천창 위로 올라갔다가 천창의 유리가 깨지면서 추락해 다쳤다. 법원은 아파트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연대하여 손해의 4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 양천구에 있는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A(사고 당시 13세 · 초등학교 2학년생)는 2018년 6월 8일 오후 5시 30분쯤 이 아파트 어린이놀이터 옆에 위치한 지하주차장의 유리 천창 위로 올라갔다가 천창의 유리가 깨져 지하주차장 지상으로 추락했다. A는 이 사고로 왼쪽 대퇴골두 골절상을 입었고, 이후 2021년 5월까지 관혈적 정복술과 내고정술 등을 받는 등 입원과 통원치료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A와 A의 어머니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와, 이 아파트의 임대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주택관리업체 B사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2021가단239053)을 냈다.
사고가 난 천창은 철파이프 재질의 격자틀 위에 두께 8㎜, 가로, 세로 각 900㎜의 사각형 강화유리 36개가 아치형으로 시공되어 있는 형태이다. 이 사고로 강화유리 1장이 파손되었다. 천창은 어린이놀이터에 바로 인접하여 있고, 별도의 울타리가 없는 화단을 통해 높이가 가장 낮은 부분으로 접근이 가능하며, 그 높이는 일반적인 아동의 허리높이 정도이다. 구조상 중간에 턱이 있어 아동이라도 충분히 턱을 밟고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서울남부지법 황여진 판사는 5월 10일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와 B사의 책임을 40% 인정했다. 다만, "A의 손해액 합계는 7,872,084원이나, A가 손해배상의 일부로 책임보험금 10,0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자인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 손해액에서 공제하면, 피고들이 A에게 지급할 손해배상금은 더 이상 남지 않는다"며 "피고들은 연대하여 A의 어머니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피고들보조참가했으며, 고재술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황 판사는 대법원 판결(97다27022 등)을 인용,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규정된 공작물의 설치 · 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 · 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천창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피고들은 공작물의 점유자로서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공작물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황 판사는 "천창은 철재틀과 강화유리 수십장으로 시공되어 있는바, 일부분에 수직으로 무게가 쏠릴 경우 강화유리가 파손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천창은 어린이 놀이터에 인접한데다 가장 높이가 낮은 부분 쪽 면이 노출되어 있어 아동이 접근할 수 있고, 아동이라도 구조물을 이용하여 천창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인데다, 바닥이 비치는 투명유리가 오히려 아동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어, 아동을 상대로 한 안전조치의 필요성이 큰 시설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황 판사는 "사고로부터 약 2개월 전 피고 측에서 '위험(추락주의)' 스티커를 주문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사고 당시 천창에 위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고, 설령 부착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강화유리 중 한 개의 윗 면에 부착되어 있는 정도로서 어린아이들에게 정확한 위험의 고지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형태"라며 "사고 이후 피고 측에서는 천창 위에 그물을 덧씌웠는바, 결국 천창에 최소한의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고, 천창에 인접한 화단의 높이나 조경수 등을 통하여 아동이 사고 지점 자체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막는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었음에도, 사고 이전까지 경고 스티커 부착 이외의 다른 추락방지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황 판사는 피고 회사는 관리업무를 위탁한 서울주택도시공사조차 안내문이나 위험 표시 부착으로만 안전조치 실시를 요청하여 더 이상의 조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 회사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황 판사는 다만, "A는 사고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으로, 사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각이 있고 안전수칙을 이해할 수 있는 연령으로, 유리로 된 창 위에 올라가는 경우의 위험성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천창이 비교적 낮은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A의 허리께 정도의 높이로 그 위에 올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도, A가 무리하여 천창에 올라간 것으로 보이는 점, A의 어머니 역시 A가 평소 안전수칙을 준수하도록 교육할 책임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측의 과실이 사고 발생의 중대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