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이 6월 23일 지평 본사 그랜드센트럴 오디토리움에서 보험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제3회 보험 실무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해 6월과 12월에 이은 세 번째 세미나로, 지평 보험팀은 반기별로 보험 실무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선 임호산 변호사가 '심신상실상태의 자살과 보험자 면책의 판단기준에 관한 판례분석'을, 이한길 변호사가 '원발부위 분류규정과 설명의무에 관한 판결 동향 분석'을 주제로 발제하고, 마지막 세션에선 지평 보험팀장을 맡고 있는 최병문 변호사가 '보험료 미납과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해지에 관한 판례 해설'을 주제로 발제했다. 발표내용을 순서대로 요약, 소개한다.
심신상실상태의 자살과 보험자 면책의 판단기준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의 (1)사망을 보험자 부책 사유로, (2)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자살)를 보험자 면책 사유로, (3)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를 보험자 면책 예외 사유로 규정한 경우, 보험자 면책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가에 대하여 대법원은 확립된 7가지 판단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판단해 왔다.
7가지 판단기준 제시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①자살자의 나이와 성행(性行), ②자살자의 신체적 · 정신적 심리상황, ③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④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⑤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⑥기타 자살의 동기, ⑦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일관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특히 ③우울증 병력, ④자살 무렵 자살자의 행태, ⑦자살 방법이 사전 준비가 필요한 방법인지가 주요 판단기준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자살자가 자살 무렵 가족,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를 한 경우(자살 무렵 행태)나, 목을 매거나 차량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하는 것처럼 자살방법이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경우(자살방법) 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 결여를 부정해왔다.
최근 대법원은 보험약관상 보험자 면책 예외 사유인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서 기존에 확립된 7가지 판단기준을 다소 조정하는 듯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2021년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 치료하였던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 및 그 바탕에 있는 의학적 판단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망인이 자살할 무렵 주변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거나 충동적이라고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자살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을 내세워 을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즉, 7가지 판단 요소 중에서 우울증 관련 의학적 소견을 중시하고, 자살 직전의 행태나, 자살방법 요소의 가중치를 다소 축소하는 듯한 판단이다.
자살방법 요소 가중치 다소 축소
이후 2022년 대법원은 망인이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에서 "자살방법이 구체적 계획을 요하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통제력을 필요로 하는 점" 등을 이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2. 12. 10. 선고 2020다263567 판결). 대법원은 2022년 수 건의 사안에서 2021년 판결의 판시내용에 따라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2023년) 대법원은 망인이 자살 직전에 가족과 통화를 한 사안에서, "의사로부터 우울병 등의 진단을 받아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자살 무렵의 상황을 평가할 때에는 그 상황 전체의 양상과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들어 그 상황을 섣불리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하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38800 판결).
정리해 보면, 대법원은 7가지 판단기준에 따라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 결여 여부를 판단해오다가, 2021년 위 판단기준 중 의학적 소견을 중시하면서 자살방법 요소의 가중치를 다소 축소하는 듯한 판시를 하였고, 또 2023년에는 자살 무렵의 행태(자살 전 통화) 요소의 가중치를 축소하는 듯한 판시를 하였다. 위 2021년 판결 이후 많은 대법원, 하급심 판결이 영향을 받은 것처럼, 2023년 판결 또한 향후 판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험자 면책 예외 사유인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자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의학적 개념과 법적, 규범적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보험약관에서 정한 면책 예외 사유인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의학적 개념이 아니라 법원이 보험약관의 해석에 따라 판단할 법적, 규범적 개념이다. 보험약관의 면책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의 입법 취지, 우연성과 외래성이라는 보험사고의 특징적 요건, 고의사고에 대한 면책이라는 보험의 본질적인 원칙과 법리, 고의의 의미, 보험의 선의성 등을 고려하여 법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이다. 담당의나 감정의가 위와 같은 규범적 요소를 배제한 채, 자신의 언어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견해를 밝힌 경우, 이를 곧바로 보험약관에서 정한 면책 예외 사유인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추정적 판단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둘째, 약관 규정의 취지를 고려하면, '고의성'이 배제된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사를 지배당할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 등에 한하여 의사결정능력 결여를 인정해야 한다. 모든 자살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을 결심을 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감을 동반한다. 우울증 진단이 있는 경우 곧바로 의사결정능력 결여를 인정한다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의 모든 자살의 경우 고의성을 배제하게 되어 상법 659조 제1항이나 대부분의 보험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의 사고 면책 규정의 취지가 몰각된다. 따라서 고의성이 배제된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의사를 지배당하거나 인지왜곡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자신의 행위가 자신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하는 것임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에 한정하여 의사결정능력 결여를 인정해야 한다.
'자살 동기'와 '자살충동' 구분해야
셋째, '자살의 동기'와 '정신병리적 증상으로서의 자살충동'을 구분해야 한다. 예컨대 정신의학과 진료기록에 자살자의 진술이 "돈 문제로 죽고 싶다"라고 기재되어 있다면 어떠한가. 이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삶을 중단하고 싶다는 자살의 동기의 표현이다. 생명을 끊는다는 행위의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유로운 의사를 형성할 수 없는 상태, 즉,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정도의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인식과 의사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겉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이상 임호산 변호사)
원발부위 분류규정과 설명의무
암 진단확정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상품 중에서는, 일반암과 소액암 등으로 암의 종류를 나누어 보험금 지급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질병분류번호 중 C44(기타 피부의 악성신생물), C73(갑상선의 악성신생물) 등이 소액암으로 분류된다. 소액암에 대해서는 발병 빈도나 치료 난이도 등을 고려해 소액의 보험금만이 지급되는 것이 보통이다.
갑상선암이 발병하는 경우 인근 림프절로의 전이가 흔하게 발생한다. 림프절에 전이된 암은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악성신생물(C77)'로서, 보험약관 별표의 '악성신생물 분류표'에 악성신생물의 한 종류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종래 갑상선으로부터 전이된 림프절의 악성신생물에 대하여 어떠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는지를 놓고 분쟁이 빈발하였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2011. 3. 이차성 암의 경우에는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결정하는 방침을 정하고 약관에 원발부위 분류규정을 추가하도록 하는 행정지도를 시행하여 각 보험사들이 약관에 원발부위 분류규정을 추가하였다.
약관에 원발부위 분류규정 추가
원발부위 분류규정을 둘러싼 분쟁의 양상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피보험자가 이차성 악성신생물의 분류번호, 대표적으로 림프절의 이차성 악성신생물인 C77 코드로 진단받고, 원발부위가 갑상선인 것으로 확인된 경우 진단서에는 C73과 C77이 병기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수익자는 일반암 진단확정을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진단보험금을 청구하고, 이에 대해 보험회사는 원발부위 분류규정을 적용하여 갑상선암에 대한 진단보험금만을 지급하면서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분쟁 과정에서 다투어지는 다양한 쟁점 중, 원발부위 분류규정과 관련하여서는,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및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는지 여부가 주로 다투어졌다.
종래 하급심에서는 C73과 C77이 병기된 진단의 경우, 일단 악성신생물 분류표상 C77이 명시되어 있음을 이유로 일반암 진단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원발부위 분류규정의 계약 편입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면서, 원발부위 분류규정이 "실질적으로 암 관련 보험금의 지급 여부나 액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고 하여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결국 설명의무의 이행 여부에 따라 인용 여부를 판단하였고, 보험회사의 패소 사례가 주류를 이루었다. 최근에도 이러한 태도의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9. 선고 2022나49887 판결).
2021년 이후 보험사 승소 증가
다만, 2021년 이후로는 보험회사의 승소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1년 하반기 이후로는 원발부위 분류규정이 설명의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법원은 원발부위 분류규정이 "별도의 암인 림프절암을 갑상선암으로 포섭하여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분류기준을 분명히 한 것에 불과하여, 피고들에 대한 면책규정이라기보다는 암의 정의나 분류기준에 관한 확인규정에 해당한다"는 판시를 반복하면서, 그 근거로 "보험계약자의 입장에서 모든 전이암에 대해 일차성 암과 별도로 보험금의 지급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원발부위 분류규정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 규정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나아가 법원은 보험계약자가 암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에서 보험에 가입한 점까지 고려하면, "갑상선암이 림프절에까지 전이된 경우 갑상선암에 대한 보험금만 지급하고 전이된 부분에 대하여 별도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여 해당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면서, "원발부위 분류규정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는지 여부 및 원발부위 분류규정의 존재와 그 의미를 알았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판단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원발부위 분류규정이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약관조항이라는 점을 들어서도 설명의무의 대상임을 부인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원발부위 분류규정은 보험금 지급기준의 통일을 위한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에 의하여 마련된 것으로서 거래상 일반적으로 공통적인 것"인 점, "갑상선암이 주위의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 '갑상선암이 진행되어 암세포가 갑상선에 머물지 않고 림프절에까지 전이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인 점, "원발부위 분류규정의 실질은 피고가 보장하는 암의 정의와 분류기준에 관한 내용이고, 비록 그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계약자는 처음부터 '갑상선암'의 진단비와 다른 암의 진단비에 차등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갑상선암이 진행되어 전이된 경우 일반암 진단비를 받을 수 있다고 이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대법 판단 아직 없어
원발부위 분류규정의 설명의무 대상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현재 대법원에서 원발부위 분류규정이 설명의무의 대상인지가 다투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22. 12. 13.자로 심리불속행기간이 도과된 대법원 2022다263813호 사건의 경우, 원심(서울고등법원 2022. 7. 21. 선고 2021나2047166 판결)과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1. 3. 선고 2020가합537850 판결)에서는 앞서 본 논거들과 대동소이한 이유로 원발부위 분류규정이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대법원에서 결론이 내려지면, 원발부위 분류규정을 둘러싼 분쟁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종래 하급심의 판결들을 보면 설명의무 대상 해당 여부 역시 상당 부분 사실인정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개별 분쟁에서는 여전히 설명의무 대상 여부 주장에 관해, 사실관계에 대한 치밀한 증명을 통해 설득력을 높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이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로부터 얼마나 지난 시점에 체결되었는지, 체결 당시 타 보험사 약관에 원발부위 분류규정이 보편화되어 있었는지, 전이암에 대한 중복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나 원발암과 전이암이 별개의 암이 아니라는 점을 일반인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의 사정을 증명할 수 있다면, 원발부위 분류규정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것에 해당한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약관 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인지와 관련하여, 최근 법원이 "해당 약관 조항을 설명하였더라도 계약 체결에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적어도 원발부위 분류규정과 관련하여서는, 이러한 판단이 오히려 보험계약 체결의 현실을 보다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특정 약관 조항의 계약 편입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안에서, 계약자의 해당 조항 인지 여부가 과연 계약체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상 이한길 변호사)
보험료 미납과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의 해지
상법 제650조 제3항에 의하면 특정한 타인을 위한 보험의 경우에 보험자가 보험료 미납을 원인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면 그 특정한 타인에게도 보험료 납입을 최고하여야 한다. 한편 보험계약이 주계약(또는 기본계약)과 각종 특약으로 구성된 경우에 그 주계약과 특약은 서로 보험사고와 지급보험금 및 보험료를 달리하여 보험단체가 상이한 보험들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 그런데 주계약과 각종 특약의 법적 성질이 서로 다른 경우에, 예를 들어 주계약은 자기를 위한 보험이지만 부가된 특약은 특정한 타인을 위한 보험이거나, 주계약은 불특정한 타인을 위한 보험이지만 부가된 특약은 특정한 타인을 위한 보험인 경우에,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보험자가 누구에게 보험료 납입최고를 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 "납입최고절차 필요"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2022. 8. 19. 중요한 판결을 선고하였다(2017다245620 판결, 이하 '본건 대상 판결'). 본건 대상 판결은 언니인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와 사이에 자신의 동생인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기본계약과 2개의 상해사망담보특약을 포함한 18개의 선택계약으로 구성된 '무배당퍼펙트스타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선택계약 중 2개의 상해사망담보특약은 타인을 위한 보험이었으나 타인이 특정되지 아니하였고, 기본계약 및 나머지 16개 특약은 수익자가 동생인 망인으로 특정된 타인을 위한 보험인 상황에서, 망인이 보험기간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 법정 상속인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위 상해사망담보특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러한 보험금 청구에 대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미납으로 상해사망담보특약이 망인의 사망 전에 해지되었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그 주된 논거는 '무배당퍼펙트스타종합보험계약'을 이루는 각각의 계약은 별개의 보험으로 보아야 하는데, 보험회사가 상해사망담보특약에 대해서만 해지를 하는 이상 상해사망담보특약의 보험수익자가 아닌 망인에 대해서는 납입최고절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본건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보험회사가 망인에게 보험료 납입을 최고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었는데 원심은, 위 '무배당퍼펙트종합보험계약'은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서 피보험자를 망인으로 하여 체결된 하나의 보험계약에 해당하므로 보험계약의 해지를 위해서는 상법 제650조 제3항에 따라 망인에 대한 납입최고절차가 필요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 회사의 보험계약 해지 주장을 배척하였고,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안에서 기본계약과 16개 선택특약은 타인이 특정된 보험의 성격을 가지므로 보험회사가 위 기본계약과 16개 선택특약에 대해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타인에 해당하는 망인에게도 납입최고를 하여야 하는데, 보험회사가 망인에게 납입최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었으므로 보험회사가 위 기본계약과 16개 선택특약의 해지 효력을 주장하는 것은 불가하였다.
문제는 특정한 타인을 위한 보험으로 볼 수 없는 상해사망특약의 경우인데, 이에 관하여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이루는 각각의 계약은 별개의 보험으로 보아야 하는데 보험회사가 상해사망담보특약에 대해서만 해지를 하는 이상 해당 계약의 보험수익자가 아닌 망인에 대해서는 납입최고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상해사망담보특약은 유효하게 해지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보험회사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망인의 법정상속인들의 상해사망담보특약에 기한 사망보험금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계약…납입최고 필요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보험계약은 기본계약과 선택계약으로 나누어지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계약으로 해지의 의사표시에 의해 그 전부가 해지되어야 하고(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일부 해지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망인에 대한 납입최고절차가 필요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보험회사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 근거로 ①기본계약과 18개의 선택계약이 결합되어 있고, 각각에 대하여 보험료가 별도로 산정되어 있기는 하나,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으로 하여 체결된 무배당퍼펙트스타종합보험계약이라는 하나의 보험계약일 뿐인 점, ②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가 보험료의 납입을 지체하자 전체 보험료의 납입을 최고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무배당퍼펙트스타종합보험계약 전체가 해지된다고 고지하였을 뿐 기본계약과 선택계약을 분리해서 납입을 최고하거나 해지를 통보한 바 없고, 이는 보험업계의 일반적인 납입최고 및 해지의 형태인 점, ③무배당퍼펙트스타종합보험계약은 상해사망담보특약의 보험수익자를 망인의 법정상속인들로 정한 것을 제외하고 보험수익자를 모두 망인으로 정하고 있어 법정상속인들인 원고들보다는 망인이 위 보험계약의 유지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들이 망인의 사망 후 상해사망보험금의 수익자로서 해당 보험금을 청구하였다는 사후적인 사정만으로 위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 당시에 소급하여 상해사망보험금의 수익자가 아닌 망인에게는 보험료의 납입최고절차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볼 수 없는 점, ④보험회사가 하나의 보험계약에 기초한 전체 보험료의 납입을 최고하였음에도 그 중 일부에 대한 해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방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장래의 법률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기본계약과 선택특약으로 이루어진 본건 무배당퍼펙트스타종합보험계약을 하나의 계약이라고 판시한 본건 대상 판결이 앞서 살펴본 바 있는 ‘보험계약이 주계약(또는 기본계약)과 각종 특약으로 구성된 경우에 그 주계약과 특약은 서로 보험사고와 지급보험금 및 보험료를 달리하여 보험단체가 상이한 보험들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종전 대법원 판결(2008다81633 판결)을 변경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다25562 판결은, 보험계약자가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고 사망 시 수익자를 모친으로, 입원 · 상해 시의 수익자를 계약자 자신으로 각 지정하여 주계약과 9개의 부가특약으로 구성된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가 80% 이상의 장해상태가 됨에 따라 수익자로 지정된 보험계약자의 모친과 보험계약자 자신이 각각 보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주계약과 특약들은 서로 보험사고와 지급보험금 및 보험료를 달리하여 보험단체가 상이한 보험들이므로 상법 제639조 및 제650조 제3항의 '타인을 위한 보험'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주계약과 특약에 따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자기를 위한 보험에 해당하는 5개의 특약에 관한 해지 통지에 있어서는 사망 시 수익자로 지정된 모친에 대한 납입최고는 문제 되지 않으나, 자기를 위한 보험과 특정한 타인의 보험의 성격을 겸유한 주계약과 나머지 3개의 특약에 관한 해지 통지에 있어서는 그 특정 타인인 모친에게도 납입최고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대법 판례 변경 여부 주목
본건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위 대법원 2012다25562 판결의 내용이 변경된 것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과 별도로 일단 본건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서 보험료 납입지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보험회사의 보험료 납입독촉 절차와 관련하여서는 주계약(또는 기본계약)과 특약을 전체적으로 하나의 보험계약으로 보고 특정한 타인을 위한 보험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만약 주계약(또는 기본계약)과 선택특약을 분리하여 판매하는 보험회사들이 그중 일부분만을 분리하여 해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보험료 납입지체에 따른 납입최고 및 해지에 관한 기존 약관을 정비하고 업무처리 방식도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 최병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