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이 발행되지 않은 주식을 명의신탁 받아 보관하던 중 다른 사람에게 매도했다. 횡령죄에 해당할까.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6월 1일 명의신탁 받은 주식을 매도했다가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2884)에서 "주권이 발행되지 않은 주식은 재물이 아니므로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판시,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횡령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율우가 A씨를 변호했다.
A는 B와 맺은 주식명의신탁약정에 따라 B 소유의 C사 주식 375,933주를 자신 등 명의로 주주명부에 등재해 보관해 오던 중 이 주식이 중소기업 전용 주식거래 시장인 코넥스에 상장을 앞두고 2013년 10월 1일 자신 등 명의의 계좌에 입고되고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되어 계좌 간 대체 기재의 방식으로 양도가 가능하게 되자, 2013년 11월 25일경부터 2014년 2월 14일경까지 모두 23차례에 걸쳐 이 주식 중 105,200주를 합계 12억 2,100여만원에 매도하고 나머지 주식 270,733주를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반환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2도2822)을 인용, "상법상 주식은 자본구성의 단위 또는 주주의 지위(주주권)를 의미하고, 주주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 주권과는 구분된다"고 전제하고, "주권은 유가증권으로서 재물에 해당되므로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있으나, 자본의 구성단위 또는 주주권을 의미하는 주식은 재물이 아니므로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되어 계좌 간 대체 기재의 방식에 의하여 양도되는 주권은 유가증권으로서 재물에 해당되므로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7도6406 판결 참조), 주권이 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권불소지 제도, 일괄예탁 제도 등에 근거하여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된 것으로 취급되어 계좌 간 대체 기재의 방식에 의하여 양도되는 주식은 재물이 아니므로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보관을 요청받은 이 사건 주식이 계좌 간 대체 방식으로 양도가능하게 되었더라도 주권이 발행되지 않았다면 횡령죄의 대상인 재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범행 당시 이 주식에 관하여 주권이 발행되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반면, 피고인은 이 주식에 관하여 주권이 발행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이 주식 발행회사의 대표이사가 작성한 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법리에 따라 이 주식에 관하여 주권이 발행되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피고인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검사가 항소하며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 환송 후 원심에서는 배임죄 해당 여부도 다투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송 전 원심에선 횡령 유죄가 인정되어 배임죄 해당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