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중계] 판례를 통해 본 중복세무조사의 법적 문제
[세미나 중계] 판례를 통해 본 중복세무조사의 법적 문제
  • 기사출고 2023.06.0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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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 금지…"예외 사유 엄격 해석 필요"

법무법인 화우가 5월 25일 '세무조사의 실무상 문제와 대응요령'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중복세무조사의 법적 문제'를 다룬 화우 허시원 변호사의 발표내용을 소개한다.

세무조사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매번 부담스러운 과정이다. 세법이 워낙 복잡하고 개정도 자주 이루어지다 보니 평소에 아무리 적법하게 세무처리를 하려고 노력하더라도 의도치 않게 세법을 위반하여 세무처리를 한 것이 세무조사를 통해서 밝혀지기도 하고,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세무조사 기간 동안 세무공무원의 질문 및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는 것 자체가 매우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허시원 변호사
◇허시원 변호사

세무조사에 가장 잘 대응하는 방법은 평소에 세법을 준수하여 세무처리를 하는 것이겠지만, 세무처리의 적법여부와 별개로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세무공무원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려면 세무조사의 실체적, 절차적 적법요건에 관하여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 기고에서는 세무조사의 중대한 절차적 하자 중 하나인 중복세무조사에 관한 주요 판례 법리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중복세무조사의 범위

중복세무조사는 같은 세목 및 과세기간에 대하여 재조사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국세기본법은 원칙적으로 중복세무조사를 금지하고 있다. 중복세무조사를 금지하는 이유는 세무조사를 할 때 과세관청에게 포괄적인 조사권한을 인정하는 대신 조사를 한 번으로 종결하여 납세자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되기 때문이다. 중복세무조사 여부를 판단하려면 먼저 어떤 조사가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알아야 한다. 세무조사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판례들을 먼저 살펴본다.

'현장확인'도 세무조사

대법원은 국세청 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현장확인'이 세무조사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세무공무원의 조사행위가 실질적으로 납세자로 하여금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를 수인하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국세청 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에서 정한 '현장확인'의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3. 16. 선고 2014두8360 판결).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세무조사를 국가의 과세권을 실현하기 위한 행정조사의 일종으로서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하여 질문을 하고 장부ㆍ서류 그 밖의 물건을 검사ㆍ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하는 일체의 행위라고 규정하고, 조사의 명목이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사 내용 및 그로 인한 납세자의 수인의무를 기준으로 세무조사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에 근거한 과세관청의 금융거래정보 제공 요구는 세무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두42255 판결). 그 이유는 금융실명법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제공 요구는 그 요구의 상대방이 납세자가 아니라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납세자에게 수인의무를 부과하거나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법원은 조사가 납세자에게 수인의무를 부과하는지 여부에 중점을 두고 세무조사 해당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특정 항목만 조사도 중복세무조사

대법원은 세무공무원이 어느 세목의 특정 과세기간에 대하여 모든 항목에 걸쳐 세무조사를 한 경우는 물론 그 과세기간의 특정 항목에 대하여만 세무조사를 한 경우에도 다시 그 세목의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중복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두12062 판결).

위 판례 사안에서 1차 조사는 '법인세 부분조사'로 조사범위를 '본사 지방 이전에 따른 임시특별세액 감면과 관련된 사항'으로 하여 이루어진 반면, 2차 조사는 조사범위를 특정하지 않고 '법인제세 통합조사'로 이루어졌는데 일부 과세기간이 중복되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에도 당초 세무조사 당시 모든 항목에 걸쳐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복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명목상 조사대상 항목이 한정되어 있더라도 실제로는 과세관청이 모든 항목에 대하여 조사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러한 경우 납세자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수인의무의 정도는 조사대상 항목이 한정되지 않은 경우와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 중복세무조사 금지 위반의 효과

세무조사에 절차적인 하자가 있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 한하여 세무조사에 기초한 과세처분의 효력이 부인되는데, 판례상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인정된 사유들에는 세무조사 선정사유 부존재, 중복세무조사금지 원칙 위반, 세무조사권 남용, 과세예고 통지절차 누락, 조사범위 확대규정 위반 등이 있다.

대법원은 중복세무조사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단순히 당초 과세처분의 오류를 경정하는 경우에 불과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위법하고, 이는 과세관청이 그러한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과세처분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거나 이를 배제하고서도 동일한 과세처분이 가능한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두55421 판결).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중복세무조사를 통해 얻은 과세자료나 정보에 근거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는지, 즉 중복세무조사와 과세처분 사이에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중복세무조사에 기초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중복세무조사에 대하여 매우 엄격하게 사법적 통제를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엄격한 사법적 통제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어느 범위까지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과세처분의 효력이 부인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직 다양한 논의가 있고, 추후 여러 사례를 통해 판례 법리가 더 축적될 필요가 있다.

3. '중복세무조사 허용' 예외 사유

국세기본법은 원칙적으로 중복세무조사를 금지하는 한편,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2개 이상의 과세기간과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중복세무조사가 허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

대법원은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라 함은 조세의 탈루사실이 확인될 상당한 정도의 개연성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뒷받침되는 자료에 의하여 인정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므로, 객관성과 합리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탈세제보가 구체적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두10461 판결).

◇법무법인 화우가 5월 25일 '세무조사의 실무상 문제와 대응요령'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법무법인 화우가 5월 25일 '세무조사의 실무상 문제와 대응요령'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위 판례 사안에서 대법원은 납세자인 회사 및 관계회사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자로부터 관련 서류가 첨부된 탈세제보를 받은 경우에는 조세의 탈루사실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뒷받침되는 자료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보았다.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종전 세무조사에서 이미 조사된 자료는 재조사의 근거가 될 수 없고(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두6083 판결), 재조사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재조사 착수 이전에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서울고등법원 2019. 1. 16. 선고 2018누35713 판결, 상고심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종결).

명의수탁자 조사도 세무조사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란 원칙적으로 납세자 A에 대한 세무조사 중 납세자 A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확정하기 위하여 거래상대방인 B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경우와 같이 거래상대방인 B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조사를 하는 것이 아닌 경우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세무조사의 대상이 누구인지 여부는 실질적인 조사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법인 주식의 명의신탁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이유로 명의수탁자에 대한 자료 수집, 문답서 작성 등이 이루어진 경우, 그 명의수탁자에 대한 과세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법인의 거래상대방의 지위에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명의수탁자에 대한 직접적인 세무조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5두3805 판결). 따라서 명의수탁자에 대한 기존 조사 이후에 이루어진 세무조사는 중복세무조사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2개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란 하나의 원인으로 인하여 2개 이상의 사업연도에 걸쳐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에 관한 오류 또는 누락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하고, 다른 사업연도에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잘못이 해당 사업연도에도 단순히 되풀이되는 때에는 이러한 재조사의 예외적인 허용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4두 6562 판결).

그리고 완결적인 하나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같은 잘못이 2개 이상의 사업연도에 걸쳐 자동적으로 반복되는 경우는 물론, 하나의 행위가 그 자체로 완결적이지는 아니하더라도 그로 인해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에 관한 오류 또는 누락의 원인이 되는 원칙이 결정되고, 이후에 2개 이상의 사업연도에 걸쳐 그 내용이 구체화되는 후속조치가 이루어질 때에는, 이러한 후속조치는 그 행위 당시부터 예정된 것이므로 2개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다.

사업연도마다 성과 상여금 지급 이사회 결의…중복세무조사 가능

위 판례 사안에서 대법원은 특정 사업연도에 이루어진 이사회 결의에 의하여 법인의 임원에게 성과상여금이 지급된 경우 각 사업연도의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성과상여금 지급이 결정되었더라도 기존 이사회 결의에 따른 후속절차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기존 이사회 결의가 성과상여금의 지급원인에 해당하여 중복세무조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중복세무조사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러한 세무조사에 기초한 과세처분의 효력이 부인될 정도로 중복세무조사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하므로, 중복세무조사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유에 관하여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 중복세무조사가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중복세무조사로 인한 납세자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복세무조사에 대하여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법원이 엄격한 잣대를 유지하여 중복세무조사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허시원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swhuh@yoonyang.com)